가스요금 8월 6.8% 인상…'200조 빚' 한전, 전기요금 언제 올릴까
재무 상태 더 심각한 한전,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8월부터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이 6.8% 인상된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4인 가구 기준 월 가스 요금은 3770원가량 오를 전망이다. 13조 5000억 원의 미수금에 허덕이는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재정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처다.
이제 관심은 전기요금 인상 시점에 쏠리고 있다. 누적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선 한국전력공사(015760)도 이미 요금 인상은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다만 여름철 냉방기기의 안정적 이용과 물가안정 등을 고려해 요금 인상 시점은 4분기 겨울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24일 가스공사와 한전 등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내달 1일부터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요금을 MJ(메가줄)당 1.41원(서울 소매요금 기준 6.8%) 인상한다. 일반용 도매요금은 MJ당 1.30원 올릴 예정이다. 민수용 도시가스는 주택용과 영업용으로 나뉜다.
이번 인상으로 주택용 요금은 MJ당 20.8854원에서 22.2954원, 영업용1은 20.5023원에서 21.8035원, 영업용2는 19.5006원에서 20.8018원으로 각각 오른다.
이번 가스요금 인상은 가스공사의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다. 그간 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 이후 원가의 80∼90% 수준인 MJ당 19.4395원으로 가스를 공급해 왔다. 이에 따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심화했다.
지난해 5월 16일 MJ당 1.04원을 인상했지만, 1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다. 가령 가스공사가 1000억 원에 구매한 천연가스를 700억 원에 팔면, 적자분인 300억 원을 자산으로 분류한 뒤,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재무 개선이 시급한 가스공사는 최근 소비자물가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과 여름철 가스 사용량이 적어 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덜하다는 것 등을 고려해 인상 시기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은 전기요금으로 향하고 있다. 누적 부채만 '200조 원'을 넘어선 한전의 상황 역시 악화일로다. 한전도 현재 원가 이하에 전력을 공급 중으로,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이 6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0원에 원재료를 들여와 60원대에 팔고 있다는 의미다.
2019년까지 90%를 웃돌던 원가 회수율은 2021년 85.9%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요금에 이런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한전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자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기업 등에서 주로 쓰는 산업용(고압용)요금을 16.6원(17.3%) 올렸지만, 이런 산업용 전기요금도 여전히 원가를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서민 가구 부담을 우려해 1년여를 묶어둔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96.1달러)의 54%(106.8달러)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원재료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한전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0년 132조 원 수준이던 총부채 규모는 2023년 202조 원으로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188%에서 543%로 뛰었다. 한전은 그나마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납부하기 빠듯한 상황이다. 한 해 한전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4조~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서민경제가 악화하면서 전기요금 체납액도 급증해 한전의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두 달 이상 밀린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총액은 전년보다 5.3% 증가한 985억 9000만 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이던 2021년 말의 636억 3000만 원보다 54.9% 증가한 규모다.
체납 건수로 보면 지난 1~5월 주택용 전기료 체납건수는 54만 5300건으로, 이미 지난 한해 기록(54만 2500건)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일반용 전기료 체납건수는 8만 5400건으로, 지난 한 해 기록인 9만 2800건에 육박한 상태다.
정부는 서민 가구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을 묶어왔지만, 한전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제는 '요금 인상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 시기로는 올 4분기가 유력하다.
전기요금은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협의를 거쳐 매년 3·6·9·12월 네 차례에 걸쳐 결정하는데, 이번 가스요금 인상이 그랬듯 상대적으로 전기 수요가 덜한 동절기 요금 인상을 통해 서민 부담을 줄이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요금 현실화는 정부 기조"라며 "시기의 문제일 뿐 공기업 재정 건전성을 위한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물가 상황 등 서민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 시점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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