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현실로…보수, 미래 위한 '변화' 선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선출된 것은 정권을 재창출하고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선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열망의 발로로 해석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터져나온 총선 참패 책임론,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폭로 등으로 불거진 일각의 자질 논란에도 보수 지지층은 비윤계인 한 후보를 당대표로 선출하며 명확한 '변화'를 선택했다.
한 후보는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62.8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났던 그가 약 70일 만에 당대표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으로 상징되는 한동훈 대세론은 선거기간 내내 꺾이지 않았고 결국 압도적 승리로 이어졌다.
한 후보의 당선은 그가 당권주자 중 가장 강하게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내세운 후보란 점에서 이례적이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시점의 집권여당에선 대통령과 밀착한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되는 공식이 대체로 통해왔다. 원희룡 후보는 이같은 기존의 공식을 내세우며 자신이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후보란 점을 내세웠으나 당권 레이스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다 18.85%라는 초라한 득표율을 받으며 패했다.
한 후보를 전당대회 출마부터 당선까지 시종일관 이끈 것은 당원과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였다. 그가 원톱으로 지휘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지음에도, 국회 헌정회관 앞엔 한 전 위원장의 복귀를 응원하는 화환이 늘어섰다. 한 후보의 팬클럽인 네이버 카페 '위드후니' 가입자 수는 4·10 총선 전 1만8000명에서 약 한 달 뒤 4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는 9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이례적인 팬덤 현상을 보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 후보에게 총선 패배 책임을 돌리고 '대통령을 배신했다'며 거친 말로 때릴수록 한 후보의 인기는 올라갔다. 결국 한 후보는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침묵을 깼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당권주자 1위로 올라서면서, 그의 높은 지지율은 그 자체로 출마의 명분이 됐다.
한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뒤에도 고비는 이어졌다. 그는 출마선언에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추진을 약속해 당내 집중공격을 받았다. 다른 후보들이 모두 특검법에 반대하는 가운데서 '민심'을 고리로 차별화한 것이다. 총선 국면에서 대국민 사과 의향이 있다는 김건희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총선 패배 책임론이 떠올랐다. '댓글팀' 사천 의혹 등도 제기됐다. TV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를 청탁했단 사실을 폭로하고, 나 후보와 맞붙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돌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것은 '민심'에 기반한 변화를 염원하는 보수 유권자의 '전략적 지지'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0%대로 곤두박질 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고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만들 당대표로 한 후보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이대로는 윤석열 정권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정권교체를 막고 정권 재창출을 이끌어내려면 한동훈 후보가 비록 대통령과 사이는 안 좋지만 변화를 진정성 있게 추구할 것이라고 본 것"이라며 "한 후보가 많은 실수를 했지만 인성과 자질의 문제가 변화에 대한 기대를 흔들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한 후보는 채상병 특검만 건드렸지 다른 대통령의 문제를 건드리진 않았다. 민심으로 확고하게 여겨지는 것을 받고 대통령에게 얘기하겠단 것"이라며 "합리적인 국민 입장에선 한 후보가 무조건 대통령을 죽이겠단 의미는 아니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윤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원 후보의 고전은 당내 윤 대통령의 영향력 약화를 드러낸단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보다 훨씬 정치경험이 많은 원희룡·나경원 후보가 이렇다할 추격을 보이지 못한 것은 당내 '대안 부재', '인물 빈곤'이란 현실을 드러낸단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당내 윤 대통령과 친윤의 영향력이 현격하게 줄었다는 증거다. 당원들마저도 등을 돌린 것"이라며 "나경원, 원희룡 후보가 선거기간 보여준 무능과 대통령팔이, 구태의연한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의 결과"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결국 용산과 당이 수평적 당정관계로 전환해서 보수 재건의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기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대한 지지층의 열망이 한 후보의 승리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최동석, 이혼 스트레스 탓? 건강 이상 고백…"눈동자 굴러가는 소리 들려" - 머니투데이
- "이범수 연락두절"…전처 이윤진, 먼발치서 아들 몰래 본 이유 - 머니투데이
- 7년 사귄 남친의 '양다리'…바람피운 상대는 내 12년 절친 '충격' - 머니투데이
- 홍명보 선임 논란, 박주호 말이 맞았네…결국 시인한 축구협회 - 머니투데이
- "카라큘라, 허웅 전여친 업소녀로 말해달라며 협박"…제보자 폭로 - 머니투데이
- '토막 살인' 양광준의 두 얼굴…"순하고 착했는데" 육사 후배가 쓴 글 - 머니투데이
- 무대 내려오면 세차장 알바…7년차 가수 최대성 "아내에게 죄인" - 머니투데이
- "수업 들어가면 신상턴다" 둘로 쪼개진 학생들…산으로 가는 동덕여대 - 머니투데이
- "전기차 보조금 없애라" 머스크 속내는…'나만 살고 다 죽자'? - 머니투데이
- 취업설명회 때려 부순 동덕여대생들…"피해보상 3.3억 청구받아"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