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도입 10년[편집실에서]
지난해 한국에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보다 많아졌습니다. 생산가능인구와 초등학교 입학 예정 인구는 계속 줄고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납니다. 한국의 노화 속도는 우리가 걱정했던 것 이상으로 빠릅니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해 주민등록인구는 5132만5329명으로 2022년보다 11만3709명 줄었습니다. 이중 70대 이상 인구는 631만9402명으로 20대 인구(619만7486명)를 처음 추월했습니다. ‘고령’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411명(19.0%)으로 2022년보다 46만3121명이 늘었고, 올해 7월에는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는 지난해 기준 3593만1057명(70.0%)으로 전년보다 35만97명 줄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합니다. 한국은 순식간에 고령사회, 고령화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너무도 빠르게 다가온 탓에 한국사회는 제대로 대비를 못 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제대로 대비를 하지 못한 탓에 고령화를 맞이한 개인들은 속수무책인 상태로 벼랑 끝에 섭니다. 바로 노인들입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OECD가 지난해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 at a glance 2023)’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인구의 소득빈곤율은 40.4%입니다.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고 회원국 중 유일하게 40%를 넘었습니다. 아이슬란드(3.1%), 노르웨이(3.8%), 덴마크(4.3%), 프랑스(4.4%) 등 유럽 국가들과는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고 일본(20.2%)과 미국(22.8%)도 한국의 절반 정도입니다.
노인들이 안정적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연금은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한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은 31.6%로, OECD 평균(50.7%)에 크게 못 미칩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강제적 사적연금을 합쳐서 계산해도 그렇습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 표지 이야기는 올해 7월로 도입 10주년이 된 ‘기초연금’을 살펴봅니다. 국민연금을 얼마 붓지도 못하고 노인이 돼버린 세대에게 기초연금은 버팀목과 같습니다. 미약하나마 노인빈곤율을 줄여주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는 불만이 여전하고, 재정부담도 갈수록 커집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연금에 관한 기사는 저처럼 관련 분야를 취재해본 기자도 읽기에 어렵습니다. 제도가 복잡해 단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꼭 한번 끝까지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해야 하니까요.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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