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잠수정 없어 빌려쓰는 韓 … 심해탐사 미래 ‘시계제로’ [심층기획]

정지혜 2024. 7.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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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탐사·시추 역량 현주소
‘대왕고래 프로젝트’ 발표로 관심 증폭
해양 자원개발·안보적 중요성 크지만
기반시설 부족하고 체계적 지원 미흡
과학계 유인잠수정 필요성 강조 불구
막대한 유지비 등 이유로 번번이 좌절
동해 수심 3000m도 제대로 탐사 안 해
주요 해양선진국 대비 기술력 격차 커
“中·日, 유·무인 잠수정으로 韓 바다 조사
우린 이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니 심각”
동해 포항 앞바다에 매장됐다고 추정되는 석유·가스 35억∼140억배럴가량을 찾기 위한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지난달 발표돼 향후 탐사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덩달아 ‘제2의 우주’라는 심해 탐사를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국의 심해 탐사 역량을 점검하고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해는 자원과 안보 측면에서 활용의 중요성이 나날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미 이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동해 대륙붕 6-1광구에서 2019년 탐사작업을 한 두성호의 모습. 연합뉴스
◆유인잠수정 없는 한국…근해 탐사도 초보 수준

정부는 대왕고래 지역 첫 시추를 올해 12월 시작한다는 목표로 배후 항만 마련, 시추선 현장 배치 등 실무준비에 돌입했다. 심해(수심 200m 이상)와 관련된 작업은 크게 심해 탐사 단계와 시추 단계로 나뉘는데,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후자에 해당한다. 깊은 바다의 지형과 지질을 탐색해 자원의 부존 가능성, 경제성 등을 판단하는 탐사 단계를 거쳐 시추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은 해양선진국 대비 심해 탐사 기술과 시추 기술 모두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시추 작업이 근해 위주로 진행된다면, 심해 탐사의 경우 주인 없는 바다인 공해까지 멀리 나가서 그 밑바닥의 지형도를 파악한다.

전문가들은 기반 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체계적 지원도 미흡한 탓에 심해 탐사 현장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깊은 바다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유인잠수정이 1대도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6500m급 유인잠수정을 개발하면 전 세계 심해의 99%를 탐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인 김동성 박사는 2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태평양이나 인도양에 가서 심해 탐사 경험도 꽤 했고 기술도 많이 갖고 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잠수정”이라며 “미국·일본·프랑스·러시아·중국이 수심 6000m 이상 내려가는 유인잠수정을 여러 대씩 만드는 동안 우리는 다른 나라 것을 빌려쓰다 보니 잠수정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해인 동해 3000m도 직접 내려가서 제대로 탐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유인잠수정 개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막대한 운영 유지비 등을 이유로 매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박사는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인 데다 이웃인 중국과 일본이 유·무인 잠수정을 잔뜩 가지고 우리나라 바다를 빠짐없이 조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이 밑에서 시추를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있으니 심각한 것”이라고 했다.

시추 기술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의 양희철 소장은 “심해 자원 시추는 국제적으로 민간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 돈을 투자해 시설 개발을 하고 많이 뚫어보는 경험도 확보하면서 기술과 노하우가 쌓이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경험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심해 노다지’ 캐고 바닷속 지도 그리는 전쟁

심해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은 고갈되어 가는 육상 광물자원의 대체, 해양안보 등을 이유로 급속하게 격화하고 있다. 심해 채굴에서는 수심 4000∼6000m 심해저에서 주로 발견되는 검은 덩어리인 망간단괴가 단연 핵심이다. 망간단괴에는 망간, 코발트, 니켈, 구리 등 40여종의 금속이 뭉쳐져 있으며 전 세계 심해에 약 1조7000억t의 망간단괴가 존재한다고 추정된다. 2차전지 등의 수요가 늘어난 최근 망간단괴에 들어 있는 희토류와 희귀금속에 주목하는 나라가 더욱 많아졌다.

망간단괴라는 자원이 근해보다는 먼 바다인 공해에 많고, 공해는 국가별 관할권이 없다는 점에서 신속한 탐사 및 광구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김종욱 박사는 “우리나라 바다에는 자원이 많이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공해상의 자원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그렇게 광구를 발견해서 한국이 국제해저기구에 탐사권을 신청한 곳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총 3군데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해저기구에 의해 공해상에 발급된 탐사권은 모두 30여개 정도로 알려졌다.
심해 6500m를 탐사할 수 있는 일본 유인잠수정 ‘신카이6500’이 2012년 여수엑스포 기간 국내에 공개된 모습.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 제공
군사적 야심을 가진 나라들은 자원 확보를 넘어 정확한 해저지형 파악을 위해 전 세계 깊은 바다를 누비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해저 탐사에 나선 중국은 뒤늦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무섭게 추격했다. 중국의 유인잠수정 ‘펀더우저’는 2020년 마리아나 해구의 1만909m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양 소장은 “중국은 유인잠수정을 만들어 심해 탐사를 하기도 하지만 미국과의 세력 다툼이 대양 쪽까지 확대됐을 때를 대비해 군 잠수함 활용까지 염두에 두는 것 같다”며 “전 세계 공해 밑바닥의 지형도를 다 그려낼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자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해 유인잠수정을 보유한 나라들은 해양영토 확장과 해양자원 개발 관련 이웃나라와 갈등을 빚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은 그런 갈등 요소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임에도 심해 유인잠수정이 없다. 일본과 중국이 유인잠수정으로 심해 탐사 경쟁을 벌이는 동안 잠수정 개발 기술에서 이미 상당한 격차가 나 버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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