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잠수정 없어 빌려쓰는 韓 … 심해탐사 미래 ‘시계제로’ [심층기획]
‘대왕고래 프로젝트’ 발표로 관심 증폭
해양 자원개발·안보적 중요성 크지만
기반시설 부족하고 체계적 지원 미흡
과학계 유인잠수정 필요성 강조 불구
막대한 유지비 등 이유로 번번이 좌절
동해 수심 3000m도 제대로 탐사 안 해
주요 해양선진국 대비 기술력 격차 커
“中·日, 유·무인 잠수정으로 韓 바다 조사
우린 이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니 심각”
정부는 대왕고래 지역 첫 시추를 올해 12월 시작한다는 목표로 배후 항만 마련, 시추선 현장 배치 등 실무준비에 돌입했다. 심해(수심 200m 이상)와 관련된 작업은 크게 심해 탐사 단계와 시추 단계로 나뉘는데,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후자에 해당한다. 깊은 바다의 지형과 지질을 탐색해 자원의 부존 가능성, 경제성 등을 판단하는 탐사 단계를 거쳐 시추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은 해양선진국 대비 심해 탐사 기술과 시추 기술 모두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시추 작업이 근해 위주로 진행된다면, 심해 탐사의 경우 주인 없는 바다인 공해까지 멀리 나가서 그 밑바닥의 지형도를 파악한다.
근해인 동해 3000m도 직접 내려가서 제대로 탐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유인잠수정 개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막대한 운영 유지비 등을 이유로 매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박사는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인 데다 이웃인 중국과 일본이 유·무인 잠수정을 잔뜩 가지고 우리나라 바다를 빠짐없이 조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이 밑에서 시추를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있으니 심각한 것”이라고 했다.
심해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은 고갈되어 가는 육상 광물자원의 대체, 해양안보 등을 이유로 급속하게 격화하고 있다. 심해 채굴에서는 수심 4000∼6000m 심해저에서 주로 발견되는 검은 덩어리인 망간단괴가 단연 핵심이다. 망간단괴에는 망간, 코발트, 니켈, 구리 등 40여종의 금속이 뭉쳐져 있으며 전 세계 심해에 약 1조7000억t의 망간단괴가 존재한다고 추정된다. 2차전지 등의 수요가 늘어난 최근 망간단괴에 들어 있는 희토류와 희귀금속에 주목하는 나라가 더욱 많아졌다.
양 소장은 “중국은 유인잠수정을 만들어 심해 탐사를 하기도 하지만 미국과의 세력 다툼이 대양 쪽까지 확대됐을 때를 대비해 군 잠수함 활용까지 염두에 두는 것 같다”며 “전 세계 공해 밑바닥의 지형도를 다 그려낼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자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해 유인잠수정을 보유한 나라들은 해양영토 확장과 해양자원 개발 관련 이웃나라와 갈등을 빚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은 그런 갈등 요소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임에도 심해 유인잠수정이 없다. 일본과 중국이 유인잠수정으로 심해 탐사 경쟁을 벌이는 동안 잠수정 개발 기술에서 이미 상당한 격차가 나 버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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