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장 "KDDX 경쟁시 결과 장담 못해…승복 안하면 전력화 차질"
"올해 200억 달러 안 돼도…해 거듭하며 그 이상 목표 위한 여건 조성"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정윤영 기자 =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경쟁입찰로 진행된다 할지라도 어떤 업체가 선정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 청장은 어떤 결과든 업체들이 승복하지 않으면 KDDX의 전력화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우려했다.
석 청장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인도네시아명 IF-X)를 공동개발 중인 인니 측이 분담금을 기존의 3분의 1(약 6000억 원)만 내기로 했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인니 측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니 측엔 KF-21 기술을 분담금 납부액에 상응하는 규모로 축소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석 청장은 지난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기로 방사청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인가'란 질문에 "지금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와 관련돼서 어느 것도 결정된 게 없다.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결격 사유가 없으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는 게 관례다.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길 수 있다. 반대로 경쟁입찰로 사업 방식이 결정될 경우 '군사기밀 유출'로 1.8점의 보안감점을 받고 있는 HD현대중공업보다 한화오션이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석 청장은 "어떻게 보면 기존에 해왔던 방식(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이 설계 연속성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군이 원하는 성능의 함정을 원하는 시기에 전력화시켜 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방사청 계약심의위원회가 HD현대중공업을 제재하지 않은 등의 의사결정을 한 건 HD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이 군사기밀 유출을 지시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도덕적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이) 봐주려고 하는 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국민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부연하며 관련 결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석 청장은 사업 방식이 경쟁입찰로 진행될 경우 "HD현대중공업이 3년 동안 기본 설계를 했다. 그리고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면 기술적인 능력에서 차지하는 평가 점수가 높을 수도 있다"라며 "(HD현대중공업이) 보안 감점이 1.8점이 있기 때문에 이미 기울어진 게임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특정 업체가) 계속해서 승복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면 결국은 전력화 시기도 못 지킬 확률이 높고 방산 생태계도 상당히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수출에도 영향이 있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국익에 큰 손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석 청장은 KF-21 공동개발국인 인니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나라"라면서 "분담금이 작은 문제는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할 나라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가 손해 보고 (인니 측에) 다 퍼주는 건 아니다"라며 "인니 측이 납부하는 분담금에 상응하는 가치만을 이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가을 전엔 인니 측 KF-21 분담금을 3분의 1 수준으로 삭감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방안 등이 담긴 안건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심의될 것이라고 석 청장은 덧붙였다.
다음은 석 청장과의 일문일답
-KDDX 사업 방식, 어느 게 옳다고 보나. ▶KDDX사업 방식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함정사업은 개청 이후 지금까지 19차례의 함 설계와 관련해 한 차례를 제외하고 기본설계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다 했다. 기본설계한 업체가 상세설계했을 때 리스크가 줄고 사후 관리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KDDX는 새로운 구축함을 만드는 것이다. 함정뿐만 아니라 거기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전투체계, 무장, 소나 체계 등을 개발해서 통합을 해야 되는데,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했을 때 리스크가 줄고 사업관리를 하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의 도덕적 이슈가 있기 때문에 국민 정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사업추진 방안을 결정하더라도 업체의 이의 제기로 인해 감사나 법적 문제가 제기되면 사업은 계속 안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업체에서도 국익을 생각해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 사업이 지연되면 정부도 힘들지만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협력업체와 지역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그다음 단계에 가서 또 공정하게 경쟁해야 건전한 생태계가 된다. 방위사업청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검토하고 위원회에 상정하여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투명하게 국민께 공개해 드릴 것이다.
-'KF-21' 분담금을 덜 내겠다는 인니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분담금 안 냈으니 손절하자는 국민정서는 이해한다. 그런데 인니가 동남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고 본다. 그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2026년 체계 개발이 다 끝난 다음에 분담금 들어온 걸 고려해서 그때 (KF-21 기술을) 넘겨주는 것이다. 우리가 손해 보는 건 아니다. (다만) 분담금이 줄어들면 어쨌든 그 돈을 우리가 (방위력개선비 내에서) 사업비를 조정해서 (충당)해야 되기 때문에 좀 부담은 있다.
-인니 기술자가 유출한 게 핵심 기술이라면. ▶수사가 진행 중인데 제가 보고받은 내용은 특별한 건 없었다. 아직까지 엄청난 기술의 유출이 있었다는 얘기는 저희가 들은 바 없다. 만약에 그런 중요한 기술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그때는 좀 더 여러 가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고위력 미사일과 전술 지대지 미사일,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한국형 3축체계에 예산을 최우선적으로 배당하고 있다. 일반적인 미사일보단 좀 더 중량과 파괴력이 높고, 사거리도 상당히 나가는 미사일들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 특수작전용 침투 헬기는 연말에 도입되고, 특수전 부대가 임무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장비들은 내년부터 전력화가 진행될 것이다. 장사정포 요격체계도 연구개발 진행 중이다. 올 후반기에도 군사정찰위성을 또 쏠 건데, 위성 사업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중국산 드론 부품이 논란인데. ▶중국이 지금은 글로벌 드론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성능이나 품질의 성숙도가 부족한 가운데 가격에 치우친 경쟁을 하다 보니까 중국산을 구매해서 조립을 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고 있다. 임무 탑재 장비, 추진 계통, 데이터 링크 등은 성능과 보안에 관련돼 중요한 만큼 군용 무인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 국산화가 필요하다. 군에서 사용하는 소형 무인기는 순환을 빨리 시켜야 업체도 계속 생산하게 되는 등 드론 생태계가 강화된다. 폴란드에서 정찰형, 공격형, 자폭형 등 무인기를 봤는데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다만 폴란드가 우리 무기를 많이 사줬다는 이유로 우리가 보상 차원에서 폴란드 것을 사겠다고 할 순 없다.
-청장 취임 반년이 다 돼간다. 앞으로의 계획은. ▶방사청의 존재 목적은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무기들을 적기 공급해 주는 것인 만큼, KF-21과 KDDX 등 사업과 관련해 방위산업 생태계, 수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혜롭게 빨리 의사결정을 해주고, 연구개발(R&D) 지원과 중소 방산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K-방산이 인기라 방산 쪽으로 들어오려는 실력 있는 기업이 많은데, 방산 분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문턱을 낮추려고 한다. 현지 대사관 관계자들과도 원팀이 돼 수출을 성사시켜 우리 국민 경제에 기여를 해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청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
-올해 목표인 방산수출 수주액 200억 달러 달성 가능할까. ▶도전적 목표다. 200억 달러를 목표로 해야 근접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자꾸 찾게 된다. 기존에 했던 활동보다 좀 더 강화된 활동을 하면 내년, 후년에 그 성과가 돌아온다. 올해 200억 달러가 안 되더라도 해를 거듭할수록 그 이상의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건 조성 측면에서는 그 목표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제 머릿속에 200억 달러가 선명하게 입력돼 있다.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방사청 1600명 직원들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정부 안에 방산 4대 강국으로 발돋움해야 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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