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장 "트럼프 당선돼도 K-방산은 美 협력 대상…우선순위 높아"
"루마니아엔 K-2·레드백 판매 추진…K-방산 전 세계 누빌 날 올 것"
(서울=뉴스1) 허고운 박응진 정윤영 기자 =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국내 방산 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 청장은 지난 22일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의 의사결정자들이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결정에 있어 한국은 우선순위가 높은 협력 대상자"라고 말했다.
석 청장은 "그동안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왔기 때문에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라며 "한국의 위상, 능력, 의지는 충분히 충분히 돼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물자 우선 구매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미 정부가 자국 중심의 방산 공급망 회복에 집중할 경우 국내 방산기업의 미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석 청장은 그러나 "자국 우선주의라도 미국이 모든 것을 혼자 하거나 자국 위주로 했을 때 얻는 이익보다 함께 했을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충분히 역량을 갖추고 있어 (미국이) 우리에게 손 내밀 분야가 많이 있고, 그중 하나가 방산"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방산업체들은 미 해군 함정 유지·정비·보수(MRO) 사업 진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수출을 노리고 있으며, '방산 FTA'로 불리는 한미 상호조달협정(RDP-A) 체결도 추진 중이다. 미국의 국방부 지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세계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크며, 트럼프 재집권 시 국방부 지출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석 청장은 "미국의 많은 함정들이 전 세계에서 작전 중에도 정비를 할 때는 다시 미국으로 가야 한다"라며 "정비 능력을 우리가 갖추고 있고 제공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데 그런 것까지 다 배척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RDP-A는 양국이 체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절차를 밟아 빠른 시간 안에 체결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라며 "비궁은 최근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서 백발백중했다. 당장 수출단계는 아니더라도 이제 미국 내부의 절차가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석 청장은 "미국이 관심 갖는 분야가 여러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주포 현대화 사업"이라며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방사청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대담에서 만난 더글러스 부시 미 육군 획득·보급·기술 담당 차관보가 한국의 K-9 성능이 입증됐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석 청장은 RDP-A 체결로 한국의 중소 방산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는 "결국은 양쪽의 방산업체에 이득이 되고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업체 또는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K-방산의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루마니아와 추가 수출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루마니아는 최근 우리 업체와 1조 3828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54문 등의 계약을 체결했고, 국산 대공미사일 '신궁'도 구매했다.
석 청장은 "루마니아는 K-2 전차와 '레드백' 장갑차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라며 "루마니아 군의 총참모장은 직접 K-2 전차 성능시험을 하고 나서 '너무 좋다'라고 했는데, 루마니아 측에 K-9, K-2, 레드백까지 (구매)하면 그림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한국의 무기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할 때 우리가 넘겨줄 수 있는 기술 이전, 현지화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좋을 것"이라며 "그들이 원하는 우리나라의 IT 등 여러 분야와 연계해 협력하려는 논의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석 청장은 K-2, K-9과 FA-50 경공격기 등을 구매한 폴란드와의 방산협력에 대해선 "오는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방위산업 전시회(MSPO)에 맞춰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이 추진될 것으로 본다"라며 "폴란드는 잠수함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가 삼면이 바다라는 악조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고, 폴란드는 공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원전 수출이 성사된 체코와의 방산 협력도 더욱 긴밀히 할 것"이라며 "캐나다 잠수함 수출 노력도 하고 있고, 2027년 어간에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석 청장은 "업체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좀 더 '원 팀'이 돼 마케팅을 많이 하게 되면 우리 무기가 유럽, 미주, 중동,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무기를 계속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방산 수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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