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일까 ‘합리적 판단’일까..팩스턴 버린 다저스, 선택의 결과는?[슬로우볼]

안형준 2024. 7.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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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다저스가 팩스턴을 버렸다.

LA 다저스는 7월 23일(한국시간) 좌완투수 제임스 팩스턴을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했다. 다저스는 팀 내 4순위 유망주인 우완 리버 라이언을 빅리그로 콜업하며 팩스턴의 이름을 지웠다. 팩스턴과 다저스의 동행은 약 6개월만에 끝이 났다.

MLB.com에 따르면 팩스턴은 "기복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일 수는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했고 가끔은 남들보다 잘하기도 했다. (팀이)내가 등판할 때 대체 뭘 기대했는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트레이드도 아닌 DFA로 팀 전력에서 제외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팩스턴의 '억울함'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팩스턴은 올시즌 18경기에 선발등판해 89.1이닝을 투구했고 8승 2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했다. 에이스라 부를 수는 없는 성적. 하지만 애초에 다저스는 팩스턴을 에이스로 대우하며 영입하지 않았다.

다저스는 지난 1월 팩스턴과 1년 7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팩스턴에게 기대한 역할은 베테랑으로서 타일러 글래스노우, 야마모토 요시노부, 가빈 스톤, 워커 뷸러, 바비 밀러 등의 뒤를 받쳐달라는 것. 실제로도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에이스급 성적은 아니었지만 5선발로서는 넘칠만한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시즌 시작 전부터 이탈한 클레이튼 커쇼를 포함해 야마모토, 밀러, 뷸러 등이 모두 부상에 시달리고 심지어 에이스 글래스노우까지 부상자 명단을 경험한 상황에서 팩스턴은 스톤과 함께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선수였다. 그저 자리만 채운 것이 아니었다. 종종 일찍 무너지는 경기도 있었지만 8승이나 거둔 것은 선발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저스는 커쇼의 복귀가 임박하자 로테이션 정리를 시작했고 팩스턴을 버렸다. 팩스턴 입장에서는 당연히 구단의 처사가 '토사구팽'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다저스의 입장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팩스턴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다저스의 로테이션 고민을 어느정도 덜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성적은 만족하기 어려웠다.

이닝 소화력이 부족한 팩스턴은 등판 당 평균 소화이닝이 채 5이닝이 되지 못했다. 18번의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것은 단 6번 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도 6번이었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8.66에 달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월드시리즈 우승이 목표인 다저스는 '4-5선발 치고는 잘하는 투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1-5선발이 모두 에이스급에 가깝기를 원했다. 팩스턴은 그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이지는 못했다. 불펜 경험이 없는 팩스턴인 만큼 활용도 역시 제한돼있다. 팩스턴이 압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던 만큼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팩스턴의 가치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평균자책점 4.43은 에이스라 부르기 어렵지만 하위 선발투수로서는 충분히 준수하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의 평균자책점이 4.50임을 감안하면 평균자책점 4.43을 부진한 수치라고 볼 수는 없다. 연봉 700만 달러짜리 투수의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로테이션 공백이 있는 팀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다.

하지만 세부지표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베이스볼 서번트의 각종 지표에 따르면 팩스턴은 올시즌 리그 하위권의 투수다.

지난해 시속 95.2마일이던 포심 평균 구속은 올해 시속 93.2마일로 2마일이나 떨어졌다. 평균 허용 타구속도는 지난해 시속 89.3마일에서 올해 90.8마일로 올랐고 탈삼진율은 지난해 24.6%에서 올해 16.4%로 떨어졌다. 볼넷율은 지난해 8%에서 올해 12.3%로 급증했다. 강타 허용비율도 지난해 39.9%에서 올해는 43.3%로 증가했다.

모든 기대 지표가 리그 하위 30% 미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이 4.50임에도 기대 평균자책점은 3.77이었던 반면 올해는 기대 평균자책점(4.84)이 실제 평균자책점보다 높다. 개인 통산 0.301인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가 올해 0.269에 그치며 '운'이 따른 덕분에 8승 2패, 평균자책점 4.43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썼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최근 4경기 평균자책점이 8점대에 달한 것처럼 남은 후반기 성적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팩스턴은 불안요소가 많은 투수다. 1988년생으로 벌써 35세인 팩스턴은 한 때 주목받는 에이스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커리어가 그만큼 탄탄한 선수는 아니다.

201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팩스턴은 시애틀에서 6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3.42의 호성적을 썼다. 2019시즌에 앞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팩스턴은 2019시즌까지 커리어 첫 8년 동안 한 번도 4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적이 없다. 2015년에 기록한 3.90이 개인 최고 평균자책점이었다.

빅리그 첫 7시즌 성적은 131경기 733이닝, 56승 32패, 평균자책점 3.50. 비율 지표는 준수하지만 연평균 겨우 100이닝 정도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매 시즌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한 2017시즌에는 136이닝을 소화했고 완투를 두 번이나 하며 커리어 최다 이닝을 투구한 2018년의 소화 이닝도 160.1이닝이었다. 2019시즌 양키스에서 15승을 거뒀지만 150.2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성적도 떨어졌다. 2020-2024시즌 5년 동안 빅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은 43경기 207이닝, 16승 8패, 평균자책점 4.70. 2021시즌 팔꿈치 부상을 당하고 토미존 수술까지 받은 팩스턴은 건강도 기량도 잃은 투수가 됐다. 올시즌 부상 없이 전반기를 보내며 건강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기량은 뛰어나지만 건강은 장담할 수 없는 투수들, 기량이 아직 완전히 무르익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젊은 투수들로 선발진을 가득 채운 다저스는 전반기 로테이션을 지탱한 한 축이었던 팩스턴을 버렸다. 과연 다저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다저스를 떠난 팩스턴은 어떻게 시즌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제임스 팩스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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