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잘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DFA…"쉬운 결정 아니었다"는 사령탑 설명에도 ML 72승 베테랑 '납득불가'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남들보다 잘하기도 했다"
LA 다저스는 2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맞대결에 앞서 제임스 팩스턴을 전격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팩스턴은 지난 2010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132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2013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팩스턴은 시애틀에서 7시즌 동안 103경기에 등판해 41승 26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한 뒤 뉴욕 양키스에서 2시즌 동안 16승 7패 평균자책점 4.16의 성적을 남긴 뒤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쳐 1년 1100만 달러(약 152억원)의 계약을 통해 올해부터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팩스턴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팩스턴은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51로 활약했고, 4월 또한 5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08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6월 첫 등판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상대로 1⅔이닝 7실점(6자책), 마지막 등판에서 4이닝 9실점(9자책)으로 무너지는 등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6.46, 6월에도 다소 들쭉날쭉한 투구가 반복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스턴은 다저스에서 8승 2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23일 경기에 앞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팩스턴이 다저스에서 양도지명(DFA)된 것.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가 된 것이다. 선발진 문제로 다저스가 트레이드 시장에서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개럿 크로셰(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팩스턴을 방출했기에 다저스의 이 행보는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팩스턴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팩스턴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상황이다.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바비 밀러, 워커 뷸러, 클레이튼 커쇼 등 마운드에서 부상자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액을 들여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팩스턴은 몸값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글래스노우와 커쇼 등 부사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다저스는 가차 없이 팩스턴을 방출했다.
'MLB.com'에 따르면 팩스턴도 자신이 방출 당한 이유를 모르지는 않는 눈치였다. 그는 "기복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일 순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복으로 인한 마이너스보다 지금까지의 모습이 더 플러스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한 듯했다. 팩스턴은 "팀이 내가 등판할 때마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했는지를 모르겠다"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했고, 어떤 날은 남들보다 잘하기까지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팩스턴을 40인 로스터에 제외한 것이 미안한 듯했다. 사령탑은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팩스턴은 프로다. 우리가 그에게 부탁한 모든 것을 해줬다"고 말했다.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선택. 로버츠 감독은 지금의 상황에서 건강하게 돌아오는 몇몇 선발 투수들이 있다. 단기적인 관점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포스트시즌과 확장 엔트리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몸값이 1100만 달러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팩스턴은 새로운 행선지를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력한 전력을 갖춘 다저스였기 때문에 많은 승수를 쌓았던 것도 분명하지만, 8승을 수확한 데는 그만한 경쟁력 또한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팩스턴 입장에서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는 다저스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것에서 큰 배신감을 느꼈을 수밖에 없다.
일단 다저스는 팩스턴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팀 내 유망주 랭킹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리버 라이언을 전격 콜업했다. 라이언은 대학 시절 '이도류'로 활약했던 유망주지만, 투수로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고 구속은 99마일(약 159.3km)이며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8경기에 등판해 24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22의 성적을 남겼다.
팩스턴을 방출하면서까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자리를 만든 다저스. 사실 라이언을 콜업하면서 기회를 주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다저스는 트레이트 마감까지 대형 선발 자원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저스가 팩스턴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게 될까. 선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부상에서 돌아온 글래스노우와 커쇼가 부진하게 될 경우 다저스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