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尹, 임기 반환점서 만난 '껄끄러운 지도부'
韓 "이견 존중…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반응해야"
尹, '당정 원팀' 키워드 결속력 강조…"운명공동체"
'대통령실 거리 좁히기·당내 화합·대야 관계' 관건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됐다. 4·10 총선에 이어 7·23 전당대회 기간 중 대통령실과 여러 차례 각을 세워 온 한 후보가 결선도 없이 과반 득표로 대표에 선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은 총선 패배 이후에 이어 또한번 전향적 변화를 요구받을 전망이다.
한동훈 대표 역시 전당대회 기간 보여 준 후보 간 극단적 난타전으로 드러낸 갈등을 봉합해 내전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과제를 안았다. 또 집권여당으로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책무에 비춰 △용산 거리 좁히기 △당내 화합 △대야 관계 회복 등 3가지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내느냐에 '한동훈 체제' 성공이 달렸다는 평가다.
◇한동훈, 尹 거리 좁히기 속도낼까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는 당원과 국민의 뜻을 한 데 모은 '통합'과 '화합'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분당대회'라는 오명 속에 마무리 됐다. 특히 유력 후보로 꼽힌 한동훈 대표를 둘러싸고 전당대회 기간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제안 등 다른 후보들과 보인 입장차는 '대통령실 거리두기'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정권 말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였다.
그런 한 후보가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된 만큼,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가 당장의 관심사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로 "여당 당 대표 후보 맞느냐"는 공격을 받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저는 정치적 목적이 완전히 똑같다"며 나름대로 거리 좁히기를 시도했다.
당 대표에 선출된 직후에는 이러한 노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제일 먼저 나설 것"이라며 "식사를 한다거나 형식적인 스킨십도 가급적 빨리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한 원외조직위원장도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여러 우려는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전당대회에서 여러 아쉬움이 있었다고 해도 결과에는 승복해야 한다. 리더십에 힘이 실릴 때까지 당에서도 힘을 보태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당내 화합을 위해선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제안 등 전당대회 기간 노출한 당론과의 엇박자를 줄여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이 합리적인 대안으로서 효력을 발휘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재명 전 대표가 제3자 특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것 또한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이 진실 규명이 아니라 정략적 이유밖에 없다는 점을 입증해 냈다는 것이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당장은 '한동훈 스타일'로 가지 않고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직 대통령이나 당내 원로들과 만나 '보수 단합을 해야 한다', '이재명에 맞서기 위해 우리끼리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나오게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압박을 계속하는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일단 10월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에 대한) 2개의 재판 결과가 나온다. 거기에 대한 기대를 걸면서 당론에 입각한 원칙적 대응을 할 걸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이재명 전 대표가 안 받겠다고 했기 때문에 본인(한동훈) 안을 먼저 발의하거나 섣부르게 차별화하면서 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尹 "당정 원팀으로 오직 국민만 봐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강조한 키워드는 '당정 원팀'이었다. 그는 '1호 당원'으로서 당을 강력히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하나다.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당과 하나가 되고 당과 정부가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정이 원팀이 되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들께서도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실어주실 것"이라고 했다.
야당을 향한 '협치' 메시지는 없었다. 대신,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출 회복세,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세일즈 외교, 외교안보 등 지난 2년간 이뤄낸 성과를 언급하면서 야당을 직격했다. 거대야당이 시급한 민생 현안과 경제정책을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감하는 민생정당', '유능한 정책정당'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단결'과 '통합' 메시지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당원동지 한분 한분과 비전은 바로 국정 운영의 기초"라면서 당원들의 결속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전당대회가 단결과 통합의 새 역사를 여는 자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 모두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지만, 대통령실이나 당내에서 한 대표와의 불협화음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당정, 당내 갈등이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한 대표가) 우선은 최대한 자세를 낮추겠지만 윤 대통령 임기 후반에는 불가피한 당내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여야 관계가 더 어려워질 것이고 임기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이나 당정관계 설정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가 "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대한 반응"을 첫 번째 변화로 주문한 것도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껄끄럽게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선출 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지금까지 수사가 미뤄지던 것을 영부인께서 결단해 직접 대면조사가 이뤄졌지 않았느냐. 검찰은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내야 한다"면서도, "수사 방식을 정하는데 있어서 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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