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대신 사직 전공의들, 개원가로 몰린다…"월급 반토막 각오"
군 입대도 인원 제한,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의 복귀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들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대다수는 올 하반기 수련에 복귀하지 않고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병의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일반의로 취업하거나 미국 의사 면허 취득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 1만 3531명 중 사직 또는 임용 포기 처리된 인원은 7648명(56.5%)이다. 이들은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수 있으나 상당수는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공의 생활이 힘들었다며 당분간 더 쉬겠다는 이들도 있다.
최근 빅5 병원에서 사직 처리된 3년차 전공의 A 씨는 "전공의 일이 힘들었다. 당분간 돌아가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한국에서 의사하기에 제대로 된 대우도 해주지 않고 욕만 먹는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이전까지 거의 없던 USMLE(미국 의사면허 시험), JMLE(일본 의사면허 시험)를 준비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연차가 낮을수록 조용히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며 "대다수가 9월 '가을 턴' 지원에 관심 없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는 의사면허 소지자로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받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일컫는다. 인턴 1년과 특정 전공과목을 정해 3~4년간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딴다.
사직 전공의들은 특정 과목 전문성을 살릴 수 없지만 의사로서 환자 진료는 할 수 있다. 이에 상당수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가뜩이나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개원가는 내심 반기면서도 고심이 깊다.
한꺼번에 많은 전공의들이 개원가로 쏟아져 나오면서 일명 페이닥터로 불리는 봉직의 급여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월수입이 1000만 원 이상에서 500만~600만 원으로 반토막 날 수 있다. 지원자 쏠림현상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좌훈정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회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사직 전공의 각자의 상황, 원하는 조건이 다르다. 생활을 위해 높은 급여를 원할 수 있고 급여보다 일을 배운다거나 취직이 급할 수 있다. 따라서 획일적인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좌 회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구직자가 늘면 급여가 줄어들 수 있으나 전공의들도 의사니, 어차피 이 시장에 올 인력들"이라며 "이 문제는 한시적이다. 개원가에서 볼 때 봉직의 급여 문제는 한시적 문제다. 일반 병의원도 전공의를 도울 일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구직 중인 내과 2년차 사직 전공의 B 씨는 "혹시 상황이 바뀔까 싶어 병원 인근에 살며 계속 기다려봤다. 지금은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의사) 자리가 있을지 교수님께 부탁했다. 전공의 때처럼 주 80시간씩은 아니고 주 40시간으로 일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B 씨는 "카페 아르바이트하며 성형 쪽 취업을 알아보거나 요양병원 당직을 서며 USMLE 준비하는 이도 있다. 다시 내과 전공의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도 있다"며 "지금 상황은 이번 정책과 관련 있다. 전문의를 따고 싶지만 굳이 이 상황에서 따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남성 사직 전공의 일부는 군대를 가야 한다. 의사는 인턴 때 군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면 일반병사가 아닌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9월에 복귀하지 않고 군의관, 공보의로 복무하고 싶어도 고정된 수급 규모가 제한적이라 입대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B 씨는 "주위에도 군대를 가야 하는 사례가 있다. 취업하거나 내년에라도 군 복무 등의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원의사회는 물론 시도의사회, 대한의사협회 등 선배 의사들은 전공의들의 구직난과 진로 고민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의사협회는 오는 26일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를 통해 의사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서울시의사회는 구인 구직 게시판을 열어 취업 희망 전공의와 개원의를 연계하고 지역사회에서 의료인으로 일할 수 있게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전공의들이 커뮤니티 케어 등 사업에 참여할 방안을 강구하고 전공의들을 위한 교육도 고민 중"이라며 "의사로서 제 역할을 할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 24일 회의를 통해 지원책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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