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멀지만 가까운 이웃 한국과 EU

양지윤 2024. 7. 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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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한국에 가장 많은 직접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이 많더라고요."

EU가 한국 직접 투자 규모를 늘리며 양국간 협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였다.

실제 지난 2022년 2월 한국 주재 EU대표부와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대사 4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도 EU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EU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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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유럽연합(EU)은 한국에 가장 많은 직접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이 많더라고요.”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같이 말하며 살짝 아쉬움을 나타냈다. EU가 한국 직접 투자 규모를 늘리며 양국간 협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였다.

실제 지난 2022년 2월 한국 주재 EU대표부와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대사 4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도 EU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EU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 최대 투자자 중 하나인 EU는 한국과 전략적인 유사입장국인데도 정치·외교·경제 정책에서 구체적인 협력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은 점에 대해 에둘러 서운함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EU는 한국의 제1 투자 파트너

지난 1963년 수교를 맺은 EU는 멀지만 가까운 이웃이다.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오랜 이웃이기도 하다. 한국의 3대 교역 대상국이자 제1의 투자 파트너로 든든한 경제 협력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미국 등 서방이 추진 중인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선 그 어느 국가보다 디커플링에 더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두드러진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이 같은 상황을 가리켜 ‘전략적 유사입장국’이라 규정하고, 경제안보 분야에서 양자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최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하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전기차 관세 문제로 EU와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방문에 앞서 한국을 먼저 찾았다.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그는 따로 시간을 내 국내에 진출한 독일·EU 기업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유럽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험하고, 이를 교훈 삼아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힘을 쏟고 있다. EU의 디리스킹(위험 회피) 전략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다양한 추가 공급원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 디리스킹 전략을 이행할 거점 중 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하베크 부총리의 방문은 여러모로 상징성이 크다.

수출 의존도 높은 EU와 한국, 협력 강화해야

페르난데즈 EU 대사의 말도 결코 가볍게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그는 “EU와 한국은 특정 국가에서 무역이나 에너지 수입을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점을 가진 전략적 유사입장국”이라고 지적하며 공급망 문제와 반도체, 신기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 수출 제조기업들의 힘을 빼겠다고 벼르고 있고, EU도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 외 지역에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나설 태세다. 한국 역시 공급망 다변화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EU를 홀대한다는 인상을 굳이 심어줄 필요가 있을까. 정부가 실리적 관점에서 EU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그들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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