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7% vs 해리스 45%
지지율 격차4%p 줄어들어 초박빙 구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진 사퇴 하루 만인 22일 대통령 후보 자리를 굳혔다. AP 등은 해리스가 11월 5일 치러지는 대선의 후보 지명에 필요한 민주당 대의원 과반(過半)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이날 전했다. 이로써 올해 미 대선은 여당인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가 공화당 후보로 이미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는 구도로 재편됐다. 지난달 TV 토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참패한 후 후보 교체 갈등으로 혼란을 겪은 민주당이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리스 체제’로 전열을 빠르게 정비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사퇴 직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와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가 바이든 사퇴 당일인 21일부터 22일까지 등록 유권자 4001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율은 47%로 해리스(45%)를 2%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차범위(±2%)를 감안하면 동률에 가깝다. 모닝컨설트는 “바이든 사퇴 전 실시한 조사에선 트럼프가 해리스를 6%포인트 차로 앞섰는데 격차가 줄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공개 지지 후 24시간 만에 88만8000명에게서 8100만달러(약 1125억원)에 달하는 기부금도 쓸어모았다고 해리스 캠프 측은 밝혔다. 미 대선 역사상 (24시간 기준) 최다 모금액이다.
다른 민주당 인사들이 출마 선언을 하며 후보 경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가능성도 한때 거론됐다. 하지만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민주당은 해리스를 중심으로 뭉치는 쪽을 선택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의원 등이 해리스 공개 지지를 동시다발적으로 발표했다. 당내 신속한 지지를 바탕으로 해리스는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이날 확보했다.
바이든 사퇴 이후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은 잇따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며 혼란을 줄였다. 이들을 포함해 민주당 소속 주지사 23명 전원이 하루 만에 해리스 지지를 발표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해리스는 22일까지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 47명 중 41명(87%), 하원의원 212명 중 186명(88%)의 지지를 얻어냈다. AP는 이날 저녁 자체 설문조사 결과 해리스가 민주당 대의원 4600여 명 가운데 최소 2668명의 지지를 얻어 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과반)인 1976명을 가뿐하게 넘겼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 등은 “해리스의 상승세가 무섭다”며 “민주당의 빠른 결집 속도에 공화당도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BS는 “해리스가 레이스를 시작한 지 단 하루 만에 대의원 과반을 거머쥐면서 당 후보직에 다가섰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후보가 8월 전당대회에서 확정되는 만큼 실제 투표 결과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해리스는 대선 후보로서 선거운동에 곧바로 착수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민주당 대선 캠프를 찾아 트럼프의 주요 약점으로 거론되는 성추문 및 대선 뒤집기 시도 등의 범죄 혐의를 부각시켰다. 해리스는 “(검사로 일하면서) 여성을 학대하는 포식자, 소비자를 속인 사기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긴 협잡꾼 등 온갖 종류의 가해자를 상대했다”며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이 TV 토론에서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고 비난받은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검사 출신답게 집중적으로 파고든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를 법치의 상징으로 띄우면서 (대통령 재임 시절 권력 남용 등으로) 두 번이나 탄핵 대상이 된 트럼프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낙태권 문제에 대해서도 해리스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공화당 및 트럼프의 기조가 ‘낙태권 폐지’라는 점을 공략해 여성 및 낙태권 옹호론자들의 공감을 얻어낸다는 전략이다. 해리스는 22일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을 완전한 자유와 권리를 누리기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어한다”며 낙태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폴리티코는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은 오랜 기간 ‘낙태’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를 꺼려했지만 해리스는 최근까지도 낙태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옹호하면서 공화당을 코너로 몰아붙였다”고 전했다.
바이든이 해리스로 교체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던 ‘고령 리스크’가 공화당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있다. 해리스는 60세로, 78세인 트럼프보다 열여덟 살 어리다. 자신보다 네 살 많은 82세인 바이든이 무력하다고 공격해온 트럼프도 만약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 83세까지 백악관에 있게 돼 결코 젊다고는 할 수 없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이 사퇴함으로써 트럼프는 미 역사상 최고령 대선 후보에 올랐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트럼프의 나이를 빌미로 ‘고령 역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 및 상원의원 등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던 해리스가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주요 경합주에선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고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락 지역)와 보수 성향이 뚜렷한 남부 지역의 경우 바이든보다도 ‘강성 진보’ 이미지가 강한 해리스가 부동층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날 현지 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부 조지아주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51%로 해리스(46%)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트럼프는 자신과 맞붙게 된 해리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22일 소셜미디어 글에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되겠지만 끔찍하고 무능한 ‘국경 차르(Czar·황제)’ 카멀라는 더 나쁠 것”이라고 했다. ‘국경 차르’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취약점으로 꼽히는 이민 정책을 해리스가 전담해왔다는 점을 조롱하는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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