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세상을 잇고, 추억을 품다] 9. 횡성시외버스터미널
70·80년대 횡성읍 ‘주민의 발’ 호황
식당가 즐비 입소 앞둔 군인들 붐벼
춘천·강릉 가는 ‘중간 기착지’ 역할
“2층 다방 화재 후 노선 하나둘 줄어”
현재 터미널 2013년 신축 공영 전환
철거부지 군 복지타운 갖춰 ‘새 단장’
옛 횡성시외버스터미널은 다른 시골지역과 마찬가지로 읍내로 장을 보거나 출·퇴근하는 사람들, 그리고 병원가는 어르신, 휴가 나온 군장병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군 지역의 터미널처럼 농촌지역 버스교통의 쇠락과 고속도로, KTX 등 도로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대부분의 시외버스 노선은 횡성을 중간 경유지로 하고 있어 주민들은 원거리를 이동할 때 원주종합버스터미널로 가서 시외버스를 탄다.

■1970~80년 학생과 군인들로 북적인 터미널
횡성시외버스터미널은 횡성읍 횡성로 377에 위치해 있다. 1974년 건축허가를 받아 착공한 터미널은 당시 부지는 7200㎡에 건물은 건축면적 493㎡ 규모로 1층에 승강장과 2층에 여객 대합실, 사무실이 들어선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신축됐다. 1970~1980년대 주민의 발이었던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이 함께 이용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던 터미널은 이후 자가용이 급속히 보급되고 지역 인구감소로 차츰 쇠락하기 시작했다.
박덕식 횡성군재향군인회장은 1970~80년대 터미널 대합실은 평소에도 학생과 군인들로 북적였고 만남의 장소로 기억했다.
박 회장은 “대합실 밖에는 국밥집, 백반집, 건강원, 사진관 등이 자리했고 시외버스 승강장은 버스가 설 자리가 없어 차고쪽에 버스가 꽉 차 있을 정도로 성황을 누렸다”며 “당시에는 춘천과 강릉을 많이 갔는데 강릉까지 가는 직행이 없어 안흥과 둔내, 평창을 들러가는 준급행 수준이었기 때문에 강릉 직행을 타기위해 원주터미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터미널 옆 현재 지구대 자리에는 3층짜리 건물인 극장이 있었고 춘천 102보충대에 입소를 앞둔 군인들이 영화를 보던 기억들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 경영난에 노선감축
과거 횡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도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동서울행 버스, 그것도 양평 경유 완행이 전부였고 횡성역 개통 이후로는 1일 4회로 감축됐다. 강릉선 KTX로도 양평역을 갈 수 있어 KTX와 시간대가 겹치는 버스들은 다 없어졌다. 동서울 직통은 강릉선 KTX개통으로 인한 수요감소 여파로 2018년 5월 1일 폐지됐다. 속초로 가려면 인제, 원통을 경유했고 춘천발 원주에서 오는 버스가 중간정차한다. 춘천 역시 원주에서 출발한 버스가 홍천을 경유했다. 과거 영주, 안동 2002년 개통됐지만 2008년 고유가로 인한 노선 감축위기로 인해 폐선 됐다. 현재 횡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지역 내로 이동하는 10번대 버스와 70번대 버스가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횡성읍 기점의 나머지 노선들은 횡성 오거리 구축협 앞에서 탈수 있다. 주민들은 원주로 이동할때 시외버스 보다는 시내버스 노선 2번과 2-1번을 이용한다. 시외버스의 배차간격이 60분에 한대지만 시내버스는 15~35분 가량 기다리면 탈 수 있어 시외버스 승객이 크게 줄었다.
횡성시외버스터미널 건물은 1980년대 중반쯤 2층 다방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고, 경영난을 이유로 1년 넘게 폐쇄했다.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터미널 운영업자가 경영난을 이유로 폐쇄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급기야 횡성군은 시외버스터미널을 매입해 2011년 8월부터 직영운영을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 과거 은하다실,엽전상회 등 상권 중심서 2013년부터 신축 건물서 운영
읍내 터미널이라 하기엔 부지를 포함한 규모가 큰 편이었다. 1층은 매표소와 대합실, 2층은 은하다실이라는 다방이 있었다. 바깥쪽 상가에는 새마을상회, 서울상회, 강릉상회, 서민상회, 엽전상회라는 이름의 잡화점과 공주식당, 그리고 금은방이었던 보령당 등이 있었다. 횡성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원형(61) 다지랑 대표는 1970년대 초반 횡성중학교를 다닐 때 터미널 바로 옆에 살았다. 어머니 유지선(90)씨는 터미널 화장실 옆에서 새마을상회를 운영했다. 이 대표가 중학교 시절부터 장사를 시작해서 30대 중반인 1990년대 말까지 터미널을 지켰다.
이 대표는 원주에서 대학을 다닐 당시 1980년대에 발생한 터미널 화재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당시 터미널 관리소장인 이모부 변규성씨가 불이 아래층까지 번질까 동분서주 움직였고, 이 대표 자신도 가스밸브가 터지는 것을 보고 큰 불로 확산될 것 같은 위험을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당시 다방이 있던 2층에만 불이 났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어 어머니께서는 불이 난 이후에도 아침부터 장사를 계속 하셨다”며 “하지만 이용객이 줄고 노선이 잇따라 폐지되면서 상점은 하나둘씩 떠났고, 이제 터미널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터미널은 지난 2013년 신축한 건물로 기존 터미널 뒤쪽에 있다. 기존 사업자가 운영권을 반납하면서 공영으로 전환하고 신축했다. 하루 평균 이용객과 운행대수 등의 여건과 미래 수요 대비를 감안해 부지 규모는 3000㎡로 축소하고 건축 연면적 179.2㎡에 지상 1층 규모로 조성됐다. 터미널을 철거한 자리에는 기존 터미널 부지 5274㎡에 건축연면적 1771㎡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횡성군종합보건복지타운이 들어섰다. 종합보건복지타운은 보건소와 노인복지센터, 종합사회복지시설 등을 갖췄으며, 터미널과 연계해 의료, 복지, 교통을 복합한 공공시설로 각광받고 있다. 박현철 lawtopia@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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