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10일 내내 비?… 예보인가 면피인가
지난 20일 기상청 자유게시판에 ‘기상청 때문에 굶어 죽게 생겼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숙박업을 한다고 밝힌 자영업자 A씨는 “6월 동안 매주 주말마다 비가 와서 예약률이 떨어졌다”며 “오늘도 폭우가 온다고 해 예약한 손님들조차 취소를 했다”고 적었다. 이날은 기상청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50㎜의 비가 내릴 것”이라 예보했던 날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린 비는 저녁부터 밤 사이 30~50㎜대에 그쳤다.
A씨는 “그동안은 그래도 날씨니까 어쩔 수 없지, 장마니까 인정해야지 하며 기다렸다”며 “하지만 기상청이 비가 온다고 표시해 놓으니 예약 자체가 없고 사람들이 더 안 온다”고 했다. 지난 19일 기상청은 20~30일 열흘 동안 중부지방 날씨를 내내 흐리고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다. A씨는 “본인들만 책임 피하려고 전부 비 온다고 해놓은 거냐”고 따졌다.
이번 장마철 들어 기상청 예보가 틀리는 때가 많았다. 특히 애매모호한 예보가 분노에 불을 붙였다. 기상청이 예상 강수량을 ‘20~80㎜’로 내놓자, 시민들은 “중간에 어디 하나 얻어 걸리려 범위를 넓게 잡는 거냐”고 했다. 예보 내용 중 ‘강수 확률’을 없애라고도 한다. “강수 확률 60%는 비가 온다는 거냐, 안 온다는 거냐”라고 묻는다.
기상청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기상청은 브리핑에서 “올해 정체전선(장마전선)이 좁고 긴 띠 모양으로 형성된 데다가 중간중간 작은 비구름이 짧은 시간 내에 생겼다 사라지고 있어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한 “지금 예보 기술로 작은 비구름은 예측할 수 없다”고도 했다. 국민도 기상청이 신이 아닌 이상 항상 맞는 예보만 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예보가 친절해져야 하지 않을까. 틀릴 때 틀리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달라는 것이다. ‘비가 20~80㎜ 오겠다’ 해놓고 30㎜ 왔다고 “봐라. 예보가 맞았다”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비가 60㎜가 와도 새벽에 오다 그친다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덜 느낀다. 비가 내린다 해도 폭우 수준이 아니라면 휴가 정도는 떠날 수 있다.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비가 정확히 언제 얼마나 오는지보다는 그 비가 위험한지, 일상생활을 해도 되는지, 변동 가능성은 얼마나 큰지다.
영국에선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될 때 인명 피해, 침수, 교통 체증 등 시민들이 어떤 불편을 겪게 될지를 기준으로 삼아 호우 특보를 내린다고 한다. 올해처럼 변동 가능성이 크다면 예보를 수정하는 데 급급해 하기보단 차라리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건 어떨까. 기상청이 “일단 지금은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긴 하는데, 변수가 있으니 외출 전 실시간 예보를 꼭 확인하라”고 예보한다면 어떨까. ‘예상 강수량 ‘20~80㎜’ 식으로 나 몰라라 하는 것보다는 요긴한 정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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