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비리 스캔들 넉달째, 내부고발자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방구석 도쿄통신]
日효고현지사 비위 폭로한 공무원 숨진채 발견
넉달전 고발문서 유포… “죽음으로 항의” 유서남겨
자민당까지 나서 사퇴 요구, 지사는 꿋꿋이 거부
극에 달한 지역정치 혼란, 향방은 현의회 조사위 손에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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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県政)을 바로 세우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들겠지만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일본 간사이(関西) 북서부 효고현의 사이토 모토히코(斎藤元彦·47) 지사가 전국적인 사퇴 요구에 직면했습니다. 지역 공무원 노조가 이례적으로 지사에게 사퇴 요구서를 제출했고, 부지사도 최근 다섯 차례에나 걸쳐 그에게 사임을 건의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보다 못한 집권 자민당까지 “결단을 내릴 때”라며 압박했으나, 사이토 지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1년가량 남은 임기를 완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히메지성(姫路城), 최고급 소고기로 유명한 항구 도시 고베(神戸)를 보유한 효고현 수장은 어쩌다 이런 극단의 사태에 이르게 됐을까요?
총무성 관료 출신인 사이토 지사는 2021년 자민당 등의 지원으로 지방선거에 나가 당선됐습니다. 집권당 지지를 등에 업고 임기 4년차 업무를 수행하던 그로부터 일본 전국이 등을 돌리게 된 사태는 지난 3월 시작됐습니다.
효고현 니시하리마(西播磨) 지역 현민국장이었던 공무원 A(60)씨는 3월 12일, 지사가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지역 기업에게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등 일곱 가지 비위 행위가 담긴 문서를 현의회와 언론에 뿌렸습니다. 정년퇴직을 불과 2주쯤 앞두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효고현 내에도 내부 위법 행위를 고발하는 ‘공익 통보’ 창구가 있지만, A씨는 ‘신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수단을 택했다고 합니다. 간사이 지역 방송 KTV에 따르면, 당시 A씨 고발문엔 “지사의 갑질이 직원들의 한계를 넘고 있다” “지난해 그가 지역 기업을 시찰하고 6만엔(약 53만원) 상당의 금품이 전달됐다” “2021년 선거엔 공무원들을 투입시켰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문서엔 지사가 지난해 11월 간사이를 대표하는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한신 타이거스’의 재팬시리즈 우승 기념 축제 개최비(5억엔)를 지역 기업들로부터 끌어모으는 데 직원들을 무리하게 동원하고, 이들을 심하게 압박했단 증언도 담겼습니다. 당시 협찬금 모금을 담당한 과장은 우울증으로 휴직한 뒤, 지난 4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고 합니다.
사이토 지사는 당시 곧장 “전부 사실무근으로, 명예훼손·신용실추 등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유발됐다”며 고발문 내용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A씨가 “업무 시간에 조작된 문서를 만들어 유출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실격”이라며, 그를 해임하고, 그의 컴퓨터를 압수하고, 얼마 남지 않은 정년퇴직 인사까지 취소시켰습니다.
이후 사이토는 지난 5월 “현 자체 조사 결과 고발문 내용은 전부 거짓이었다”며 A씨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A씨가 주장한, 그가 지난해 지역 기업으로부터 받았단 금품은 실제 청사에서 발견됐으나 담당자에게 탓을 돌렸죠. 과거 그가 출장지에서 차량이 아닌 도보로 약 20m 이동한 것을 두고 직원에게 크게 호통을 쳤단 ‘갑질 논란’에 대해선 “업무상 필요한 지시였다”고 맞섰습니다.
A씨 문서를 입수한 현의회는 지난 6월이 되어서야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내부고발이 있고 나서 두 달이나 걸린 건 조사위 설치를 놓고 의원들 사이 찬반이 갈렸고, 이는 특히 지사의 반발이 거셌던 탓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던 지난 7일 A씨가 행방불명됐다는 가족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수색 결과 그는 효고현 남서부 히메지시(市)의 친척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현장에선 사이토 지사에 대한 분노가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KTV에 따르면, 그는 “죽음으로 항의한다. 끝까지 조사해달라”는 등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A씨의 죽음을 계기로 사이토 지사의 ‘갑질·금품수수 스캔들’은 전국적인 논란으로 퍼졌습니다. 효고현 공무원 노조는 지난 10일 직접 사퇴 요구서를 제출했고, 지사와 함께 책임론에 직면했던 카타야마 야스타카 부지사는 이틀 뒤 사표를 냈습니다. 지난 8~10일 300건을 웃도는 현민들의 항의 전화가 청사에 쏟아졌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가 중앙 정치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자민당 효고현연합 회장인 스에마츠 신스케 참의원 의원은 지난 14일 “올바른 결단을 내리길 강력하게 바란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사이토 지사는 최근 연속된 기자회견에서 “사망한 현민국장의 명복을 빌고, 지금 같은 상황에 이르게 돼 직원들과 현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현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사퇴 요구를 거듭 거부하고 있습니다.
조사위 설치 연기 등을 이유로 현의회 역시 책임을 물어야 한단 비판도 잇따릅니다. 특히 산케이에 따르면, A씨는 조사위가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사의 비위 고발과는 무관한 내용에 대해서까지 공개하려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내부고발자의 사망과 부지사 사임, 잇따르는 지사 사퇴 요구로 효고현 지역 행정 위기가 극에 달한 가운데, 앞으로의 흐름은 현의회 조사위 조사 결과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본 언론은 “A씨 사망 이후 다른 직원들의 증언이 늘어나면서 조사 속도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요미우리TV에 따르면, 조사위는 7000명에 달하는 현 공무원들에게 조만간 사이토 지사의 비위 행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내부고발을 한 공무원이 신변과 발언권을 보장받긴커녕, ‘업무 시간에 고발 문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 정부의 부실한 내부고발자 보호 체계가 그를 죽음에 내몰리게 했다는 비판도 잇따릅니다. 일본 지역 정부뿐 아니라 기업 사이에서도 내부고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7월 24일 48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일본 효고현에서 발생한 극단의 현정 논란 사태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지사가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사퇴할지, 혹은 끝까지 버텨 임기를 마칠지는 앞으로 두고봐야겠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46~47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조선침탈 가담’ 日 1만엔권 인물 후손들이 한국에 남긴 말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7/10/7Q6J55PIKBFULPPZ3SVPO3PB34/
힙합댄스 안돼, 수업중 물마시지마… 日중학교 교칙이 왜이래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7/17/ODQ33VAR2NHZ7D3LAJDFET3X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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