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작은 일도 크게…김건희 여사의 '습관'
尹 대통령도 대통령실도 '사과는 없다'
이원석 총장 "원칙 못지켜 죄송" 대통령실 "전례없는 조사"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또 김건희 여사다. 역시나 일파만파다. 야권이 그렇게 요구했던 검찰의 김 여사 조사가 역풍을 맞았다. 불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했다.
21일 서울중앙지검은 20일 당청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에서 도이치모터스·명품백 의혹 등으로 고발된 김 여사를 출석시켜 대면 조사했다고 밝혔다. 야권은 '황제조사' '소환 쇼'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은 게 문제였다.
여기에 더해 서울중앙지검은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김 여사 조사를 사후 보고하며 일을 더 키웠다. 이 총장이 그동안 김 여사 조사에 대해 특혜는 없다고 했던 말은 물거품이 됐다.
22일 이 총장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마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 배제 조치를 당했을 때와 비슷한 감정으로 추측한다.
아무튼 이 총장은 "취임 이후 '법불아귀'(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며 국민께 여러 번 걸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해왔다"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하고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한 것도 제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김 여사 조사를 놓고 검찰 내부가 뒤숭숭하지만 대통령실 분위기는 다른 것 같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 내부의 문제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직 영부인이 검찰에 소환돼 대면조사를 받은 건 전례가 없었던 첫 대면조사"라며 특혜라는 야권 주장을 반박했다. 김 여사나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이번에도 김 여사와 대통령실의 선택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면 이런 논란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안을 키우는 게 김 여사의 습관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처가 일을 더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격이랄까. 대선 당시부터 김 여사는 숱한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 여사는 대선 당시 한 유튜브 채널 관계자와 7시간 넘게 통화한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나 김 여사 본인이 곤욕을 치렀다. 이를 극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 여사는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았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사저에서 사람을 만나고 명품백을 받은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현재 논란이 뜨거운 이른바 '디올백' 사건이다. 대선 당시 겪었던 상황을 기억한다면 명품백 의혹은 애초에 벌어져선 안 될 일이었다. 김 여사의 행동을 바꾸기엔 대선 당시 경험이 약했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김 여사의 습관을 바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던 데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도 대통령실과 여당도 '공작'이라고 규정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전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대응이 아쉽다.
우리는 경험에서 많은 걸 배운다. 특히 실수를 통한 경험에서는 더 많은 걸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올바른 습관을 가지도록 훈육하는 이유다.
23일 진중권 교수가 페이스북에 김 여사의 검찰 조사와 관련한 글은 참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아 결국 포크레인을 동원해야 할 대형사안으로 만드는 습관은 여전히 안 고쳐지는 듯'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 김 여사의 습관은 어느 노래 가사처럼 '습관이란 무섭죠. 생각처럼 안 돼요'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사과할 기회를 이미 놓쳤다. 지난 2월 KBS와 신년 대담에서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사과나 유감 표명이 기대됐지만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가족 문제가 벌어졌을 때 스스로 마이크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떠나 국정운영 책임자인 대통령과 가족이 국민에게 근심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과의 전제조건이 유·무죄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검사와 대통령은 다르다.
이제 국민이 바라는 건 김 여사의 조용한 내조는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의혹을 바라보는 민심에 답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은 사회 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치유해야 합니다." 누구의 말도 아닌 윤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했던 말이다. 이 말을 이제는 지킬 때가 온 것 같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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