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 200조원 에너지 수입 줄이려면 동해 가스전 개발해야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2024. 7.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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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401조원이었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모두 합친 것이 이만큼의 액수였다는 얘기다.

2401조원만큼의 경제 규모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입한 것들을 무역 통계에서 살펴보자. 수입 액수가 가장 컸던 다섯 가지 수입품은 순서대로 1위 원유(112조원), 2위 전자집적회로(68조원), 3위 가스(54조원), 4위 석유와 역청유(30조원), 5위 석탄과 석탄으로 제조한 고체 연료(26조원)였다. 2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에너지다.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GDP의 9%였기 때문에 200조원이 넘는다.

석유·가스는 다른 재화로 대체하거나 소비를 즉시 줄이기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4%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수입액이 더 커져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2022년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6836억달러로 사상 최대치였지만, 무역수지는 478억달러 적자였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14년 만의 무역수지 적자였다.

석유·가스 개발 사업은 자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큰 비용을 필요로 하는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확률이 높지 않고 개발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주저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토에 대한 정보를 계속 쌓아가야 한다. 우리 영토·영해에 석유·가스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하나씩 확인하면서 경제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실성을 높여가야 한다. 이렇게 자원의 매장 여부를 확인해서 생산에 이르게 된다면 경제적 편익을 직접 얻게 된다. 동시에 심해에 묻혀 있는 자원을 평가하고 개발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미래를 위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그리고 2023년에 석유·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들인 196조원 가운데 일부라도 국내에서 생산해 충당한다면 그만큼 생산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구매력은 커지고 국민 후생은 향상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의 책무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 활동을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 세계 순위는 석유 7위, 가스 13위에 이른다. 이제는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나라에 머물 것이 아니라 IEA의 권고대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하는 국제적 책무도 생각해야 한다. 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우리 영토에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환영할 만하다. IEA가 이야기하는 국제적 책무를 이행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으로 등극시킨 ‘대륙붕 동해-1·2 가스전’은 1998년에 탐사 시추로 사업성을 확인했다. 이곳에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약 4500만 배럴의 천연가스와 초경질유를 생산했다. 이 사업은 3조1000억원의 매출과 1조8000억원의 순익을 만들어 우리나라 GDP를 증가시켰다. 그리고 이곳에서 생산한 가스가 소비되면서 에너지 수입을 일부 대체했고 에너지 자급률을 향상시켰다.

이처럼 석유·가스 개발 사업은 단순히 에너지의 생산만이 아니라, 국민 후생, 기술, 산업 부문, GDP, 무역수지, 에너지 수입 의존도, 국제적 책무 등에서 여러 가지 편익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다양한 편익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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