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특혜’ 인정한 꼴…불난 여론에 기름 부었다

이정호 기자 2024. 7.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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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선임 논란 해명’
축구협 Q&A도 논란
홍명보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5일 유럽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인은 자료제출+면담
홍명보 감독은 ‘프리패스’
“일률적 형식이 중요한가…
국내파는 이미 잘 알아 생략”
박주호 ‘내정설’ 심증만 키워


“외인들 전략, 확신 없었다”
더 높은 기준 요구한 정황도


뿔난 팬들, SNS 몰려가
비판 댓글 8000여 개 투척


한국 축구가 5개월 공백 끝에 선임한 사령탑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그동안의 선임 과정을 해명했으나 팬들의 분노와 불만만 더 키운 모양새다.

축구협회는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논의된 10번의 전력강화위원회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세 지점에 대한 ‘Q&A’를 정리해 올렸다.

축구협회는 지난 7일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울산 HD를 이끌고 있던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고, 이사회를 통과했다. 5개월여 동안 100여 명의 후보군을 놓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감독 체제가 유력시 됐지만, 결국 초반에 하마평이 올랐다가 빠졌던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홍 감독 선임을 두고 절차상의 ‘특혜 시비’도 불거졌고, 시즌 중 K리그1 우승 경쟁팀의 감독을 빼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파문과 관련해 협회에 대한 감사도 예고한 상태다. 안팎에서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뒤늦은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의 상황에 대한 협회의 답변도 여론을 달래지 못했다.

오히려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협회는 최후 3명의 후보자 중 외국인 감독 둘만 면담을 하고, 홍 감독과는 면담을 실시하지 않은 데 대해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라고 절차적 정당성을 재차 주장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외국인 감독 중 한 감독은 표지포함 22페이지의 자료와 대표팀 경기영상 16개, 다른 감독은 표지포함 16페이지의 PPT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면담은 물론 이같은 자료 제출도 없었다. 이에 대해 협회는 “물론 자료를 잘 준비해오면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있고, 성의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니다”고 했다.

협회는 이어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국내 감독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부터 국내 감독들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철학, 경력 등에 대해 대부분 위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세부적 상황과 관점에서 최종 3명의 장단점이 평가된 것이지, 면담 방식에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해명 대부분이 ‘공정성’, ‘정당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고려하면 반대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다가 감독이 추구하는 방식과 스타일이 대표팀과 부합하는지는 또다른 영역인데 그 부분도 간과했다.

또 이 과정에서 협회는 “위원들은 국내 감독을 뽑는다면 (현직이더라도)홍명보 감독을 뽑아야한다는 의견이 위원회 구성 초반부터 거론됐다”고 해명했다. 이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전 국가대표 박주호가 홍 감독이 선임된 뒤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전체적인 흐름은 홍명보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는 폭로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뒷받침했다.

외국인 사령탑에게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됐다는 뉘앙스도 읽혀진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독단적으로 선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협회는 “(외국인)후보자들이 설명하는 게임 모델 검증이나 전술적 선택들이 협회의 기술 철학과 접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협회는 감독 선임 과정을 밝히며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은 감독 선임을 최종 승인하는 이사회의 업무를 돕기 위하여 여러 후보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이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협회는 장문의 글을 통해 사령탑 선임의 절차에 문제점이 없었음을 강조하고자 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살피면 적어도 최종 단계에서는 ‘심도있는 논의’가 빠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협회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명보 감독, 대표팀 사령탑 선임’ 게시물에는 비판적인 댓글이 8100여 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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