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00] 울릉도 물엉겅퀴닭개장
육개장은 소고기에 나물,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탕이다. 밥을 말아 국밥으로도 좋고, 애주가에게는 안주이자 해장국이다. 조선 시대에는 육개장으로 복달임을 하기도 했다. 섬에서 소를 키우는 일도 쉽지 않지만, 탕을 만들려고 소를 잡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울릉도에서는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꽁치를 택했을까. 꽁치살을 발라내고 곡물을 넣어 다진 경단으로 육개장 같은 국을 끓였다. 이때 함께 넣은 채소가 엉겅퀴다. 이렇게 걸쭉한 꽁치경단물엉겅퀴국 한 그릇이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한때 울릉도 연안 해조류에 알을 낳기 위해 몰려든 꽁치를 손으로 잡았지만 이젠 그물로도 예전처럼 잡히지 않는다. 천부리에 소고기도 아니고, 꽁치도 아니고 닭고기를 넣어 조리한 엉겅퀴닭개장이 있다. 닭을 푹 삶아 살을 발라내고 뼈로 육수를 만들어 엉겅퀴를 넣고 끓인다.
울릉도 엉겅퀴는 물엉겅퀴다. 섬엉겅퀴, 어겅꾸, 엉겅쿠, 울릉엉겅퀴라고도 하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육지 엉겅퀴와 달리 가시가 거의 없어 부드럽고 맛이 달다. 그래서 나물로 먹기 좋다. 홍합밥이나 따개비밥을 차려낼 때 함께 나오는 된장국은 대부분 엉겅퀴된장국이다. 식량이 귀할 때는 명이나물처럼 죽을 쑤기도 하고 밥을 지을 때 넣어 쌀을 늘려 먹기도 했다. 잎과 줄기만 아니라 뿌리는 약재로 이용한다.
명태가 사라지고 꽁치가 귀해지는 사이에 섬엉겅퀴는 성인봉에서 텃밭으로 내려왔다. 울릉도 서면 남양리에 칡소를 만나러 갔다가 산자락을 일군 밭에 가득한 엉겅퀴를 만났다. 사동리 바닷가에서는 집 앞 작은 텃밭에 물엉겅퀴를 옮겨 심는 주민을 만났다. 바닷물고기는 섬 주민들이 불러올 수 없지만, 산나물은 텃밭으로 옮겨 심을 수 있다. 이제 명이나물이 그랬듯이 산속 깊은 곳이나 벼랑에 매달리지 않아도 물엉겅퀴를 밥상에 올릴 수 있다. 자연산을 고집하며 산에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울릉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텃밭에서 자란 산나물도 고맙다. 덕분에 물엉겅퀴는 2020년 국제슬로푸드협회에서 꼭 지켜야 할 식재료 ‘맛의 방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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