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체코 원전 수주, 원전강국 길을 열다
美와 확고한 원자력 협력체계 회복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컨소시엄이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한국공학한림원과 영국왕립공학한림원 간의 원자력 공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에 머무를 때였다. 주변에서 부러움 섞인 박수를 받으면서 기쁨과 안도감을 함께 느꼈다.
UAE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시점에서 체코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은 원자력 수출 강국으로 향하는 대문을 열었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원자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던 유럽의 분위기는 확실히 바뀌었다.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대응, 가격 적정성을 균형 있게 달성하는 데 원자력의 중요성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2년 EU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됐고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체코, 슬로비키아,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폴란드, 크로아티아 등 12개국은 2023년 EU 원자력 동맹을 결성하였다. 특히 탈원전 국가로 분류되던 벨기에가 원자력 정상회의를 주관한 것이나 4기의 가동 원전을 모두 1990년까지 조기 폐쇄하는 등 확고한 탈원전 정책을 유지해온 이탈리아가 최근 EU 원자력 동맹에 옵서버로 가입하고 신규원전 건설을 재검토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따라서 이번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을 계기로 추가로 우리나라는 계획된 테믈린 원전 2기는 물론 폴란드,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계속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원자력을 재생에너지와 함께 균형 있게 이용하면서 제3, 제4의 수출을 통한 원전 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실행력 있는 원전 산업 로드맵이 필요하다. 향후 소형모듈원전(SMR) 시장까지 고려하여 원자력 산업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면서 더욱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공급망을 더욱 튼튼히 만들고 원전 산업에서의 민간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여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해야 한다. 탈원전 과정에서 훼손된 인력수급체계의 보강도 시급한 과제이다. 자유세계 원자력의 3대 강국인 한국, 미국, 프랑스 간에는 신규 원전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하더라도 원전 안전성 향상, 농축 우라늄 수급,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 등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때로는 공동 사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의 종결을 포함하여 미국과의 확고한 원자력 협력체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에너지 문제를 이념과 정쟁의 포로에서 해방시켜 주시길 국민께 부탁드린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획평가위원·前 한국원자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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