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행복[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7〉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장마철이 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이다.
때론 환히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만, 때론 한없이 처연한 눈물을 흘리고, 때론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바로 그 날씨의 정경들이 전해주곤 해서다.
'언어의 정원'은 그 날씨들 중 특히 비의 다양한 표정들이 담긴 작품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다.”
―신카이 마코토 ‘언어의 정원’
장마철이 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이다. 흔히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빛의 마술사’라고 표현하지만, 필자에게는 ‘날씨의 마술사’로 더 각인되어 있다. 그의 작품마다 등장하는 날씨의 정경들을 보다 보면 세상이 어떤 표정을 갖고 있다고 느껴진다. 때론 환히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만, 때론 한없이 처연한 눈물을 흘리고, 때론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바로 그 날씨의 정경들이 전해주곤 해서다. ‘언어의 정원’은 그 날씨들 중 특히 비의 다양한 표정들이 담긴 작품이다.
비 오는 날이면 오전 수업을 빼먹고 도심의 정원에 있는 정자에서 구두 스케치를 하는 고등학생 다카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유키노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지만 어쩌다 말을 걸게 되고 비 오는 날마다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언어의 정원’은 이 일련의 과정들 속에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내리는 비로 표현한 작품이다. 갑자기 맞닥뜨린 비에 쫄딱 젖어 유키노의 집으로 도망치듯 들어간 두 사람이 그곳에서 옷을 말리고 함께 밥과 차를 마시는 고즈넉한 장면이 흘러갈 때 두 사람의 생각이 교차하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여태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다.”
창밖으로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지만 창 안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그 풍경은 아주 짧게 스쳐 가지만 그것이 마치 우리네 삶의 진짜 행복을 그려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어디든 나가기만 하면 험한 현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온기. 장맛비 속을 뚫고 왔지만, 쫄딱 젖은 우리를 넉넉히 안아주는 그 온기가 있어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韓, 당선 회견서 “金여사 수사, 국민 눈높이 더 고려했어야”
- 尹, ‘원전’ 논의 위해 9월 체코 방문…“세계시장 함께 진출”
- [단독]檢총장, 金여사 조사 2주전 ‘도이치 지휘권’ 놓고 장관과 언쟁
- ‘해리스 vs 트럼프’ 대진표 사실상 확정
- 혈서쓰며 공부했던 ‘흙수저’ 김범수…사법리스크에 발목
- 힙합 김정은, 교도소 작업복 트럼프…머스크가 공개한 AI 영상
- 문 밖에서도 들릴 만큼 코를 심하게 곤다.
-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 딸, 아빠 돈으로 산 주식 아빠에 되팔아 63배 차익
- [단독]국내 입항한 美 항모 드론 날려 촬영한 중국인 입건
- 홍준표, 한동훈 대표 선출에 “당분간 당무 관여 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