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정부든 상관없다”는 북…미국과 대화 여지는 남겨
“수뇌 개인적 친분” 선 그어
북한이 23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북·미 대화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추후 미국과 대화할 여지가 있는 듯한 언급을 내놓았다. 차기 미 행정부와 협상하는 데 대해 관심과 기대를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미(북·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18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발언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북한을 두고 “나는 그들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나 다른 것을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는데,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양당 간의 엎치락뒤치락으로 난잡스러운 정치 풍토는 어디 갈 데 없다”며 “따라서 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통신은 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정상)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2019년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여는 등 모두 세 차례 만났다.
통신은 “지금처럼 핵전략자산을 때 없이 들이밀고 첨단 무장장비들을 증강하며, 핵작전 운용까지 예견한 빈번한 침략전쟁 시연회들을 광란적으로 벌이면서 대화요, 협상이요 하는 낱말들을 아무리 외웠댔자 우리가 믿을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조·미 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성근히(성실히) 고민해보고, 앞으로 우리와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는 문제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좋을 것”이라며 “조·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 및 북·미 협상을 두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처럼 보이지만, 북·미 대화에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속내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을 향해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대화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미국을 전혀 믿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미국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취지로, 북·미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핵전략자산과 핵작전 운용 등을 언급한 것은 북·미 협상의 의제가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이 돼야 한다는 뜻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매체 논평 형식으로 수위를 낮춰서 발표한 것은 신중하게 향후 동향을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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