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구속에 카카오 최대 위기…카뱅 대주주 지위 잃을수도

임지선 기자 2024. 7. 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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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구속으로 카카오가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나아가 카카오를 둘러싼 수사·규제 당국의 또다른 사건에 대한 조사나 제재도 앞두고 있어서 리더십 위기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23일 새벽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구속 소식에 카카오 내부 인사들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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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된 23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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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구속으로 카카오가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던 카카오가 리더십 위기까지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카카오를 둘러싼 수사·규제 당국의 또다른 사건에 대한 조사나 제재도 앞두고 있어서 리더십 위기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23일 새벽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구속 소식에 카카오 내부 인사들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름 밝히길 꺼린 카카오의 핵심 인사는 한겨레에 “이렇게까지 될지는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구속은 피할 수 있다고 봤다는 뜻이다.

김 창업자는 최근까지도 결백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18일 계열사 경영진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떠한 불법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다 김 창업자를 구속으로 이끈 시세조종 혐의에 연루된 카카오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일부는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터라 카카오 내부에선 김 창업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김 창업자가 받는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 관련 혐의의 핵심은 그가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하려 주가 올리기에 나서는 데 관여했는지 여부다. 지난해 2월7일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지분 9.05%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던 카카오는 이후 ‘에스엠 인수전’에 뛰어든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하자 사모펀드 등을 동원해 2400억원 규모의 매수에 나서 시세를 부당하게 끌어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서울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창업자 구속으로 카카오의 1년여간 이어진 쇄신 활동부터 당장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경영진이 잇달아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고 수사·규제 당국의 표적에 오르자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지난해 11월 시에이(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으며 경영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는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등이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지분을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으며,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시장의 지배적인 플래폼인 카카오티(T)를 이용해 가맹 택시에 ‘콜’(호출)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매출을 부풀려 잡았다고 보고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가 핵심 계열사이자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은행 관련법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도록 정하고 있다.

경영진 및 주요 계열사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는 동안 ‘사업 리스크’도 한껏 불거진 상황이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과 같은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나 카카오는 게임·인공지능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약 30% 급락한 카카오 주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사업도 흔들리고 있는 카카오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지난 1분기 카카오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년 전에 견줘 약 55% 급감했다. 에스케이(SK)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어 “이익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목표주가를 7만8천원에서 6만2천원으로 크게 끌어내렸다.

카카오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시에이협의체 공동의장(현 카카오 최고경영자)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카카오가 전일 대비 5.4% 급락하는 등 카카오 계열사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카카오페이(-7.8%)·카카오게임즈(-5.4%)는 물론 카카오뱅크도 3.8%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사라진 카카오 상장계열사 합산 시가총액은 약 1조7천억원이다.

임지선 조계완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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