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변화 위해 달리는 이란 국민들
지난 7월6일에 있었던 이란의 대선 결과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당선은 많은 이들에게 변화의 희망의 가능성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한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 초기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낮았다. 1차 투표에서 4명의 보수 성향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고, 2차 투표에는 그간 선거를 보이콧해왔던 국민들의 참여를 10% 가까이 올렸다. 페제시키안은 대통령직 당선 이후 첫 연설에서 혁명 이후 정부가 약속을 내걸었지만,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점이 가장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의 당선은 이란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제 제재로 인한 어려움, 국제 사회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그리고 내부 개혁에 대한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란의 정치 구조상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적이며, 최고지도자와 보수 성향의 헌법수호위원회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내각 구성을 둘러싼 권력 투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보수 강경파들은 그의 개혁 성향 인사들의 기용을 견제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의 정책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제 사회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선 결과 여부에 따라 오랫동안 숙적 관계인 이란과 미국의 관계 개선 여부, 핵 협정 복귀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미 선거 공약으로 핵 협정 합의에 대해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이란 국내의 반응은 복잡하다. 이란 내 개혁적인 성향의 국민들은 당초 보이콧으로 이번 선거 자체를 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선거가 끝난 현재 일부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하다. 더불어 이란 내 반아프간 정서의 고조는 페제시키안 정부가 직면한 또 다른 도전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선거 전 더 이상의 아프간 이민자 유입을 막고, 이미 이란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을 등록하여 관리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같은 아프간 이민자 문제 역시도 그의 리더십과 문제 해결 능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지난주 서울에서 막을 내린 이란의 억압적인 상황과 난민 문제를 다룬 연극 <블라인드 러너> 공연 이후, 연출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감독은 “자유는 달리기와 같이 끝나지 않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감옥에 갇힌 여주인공은 가장 두려운 것은 억압받는 것보다 권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힘을 잃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젊은 세대들은 현재의 이란은 희망이 없다며 자조적으로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볼 수 있듯, 국민들은 변화와 자유를 향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당선은 이란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많은 도전과 한계에 직면해 있다. 그가 이란의 내부 개혁과 국제 관계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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