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종부세는 정말 나쁜 세금인가?

기자 2024. 7. 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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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완화 또는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놓고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를 말한다. 어느 재야 학자는 효능감은 높고 반감은 적게 설계된 미국의 보유세와 비교하면서 종부세가 보유세, 부유세, 부동산가격상승억제세, 다주택자규제세, 지역균형발전세라는 다목적 성격의 세제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종부세는 정말 나쁜 세금인가?

최근의 종부세 완화 내지 폐지 논란은 정말 우리 사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를 몰각하고 있다. 종부세 역사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박정희 시대에 시작한 토지과다보유세와 이후의 종합토지세는 과다토지 보유자를 대상으로 과세했고, 종합부동산세는 과다토지 보유자는 물론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게 집중 과세했다. 종부세 도입 이전, 주된 투기 대상은 토지였다. 노태우 정부가 도입한 토지공개념의 핵심은 소위 토지공개념 3법 이외에 토지과표 현실화를 위한 지가공시제도와 종합토지세라고 할 수 있다. IMF 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택에 대한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과세하던 기존 과표와 시세 격차가 커지고, 지역별 불균형이 확대되자 토지와 건물을 일체로 평가하는 주택공시가격제도와 주택분 종부세를 도입하게 되었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또는 폐지를 넘어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막대한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토지와 주택 투기를 부추기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토지분 종부세 중 종합합산세액은 공시지가 합계액 5억원 초과, 별도합산세액은 공시지가 합계액 80억원을 초과하는 자에게 부과한다. 주택분 종부세 중 1주택자는 주택공시가격 12억원 초과, 다주택자는 9억원 초과하는 자에게 부과한다. 국가 간 단순 비교는 조심스럽지만 1주택 고가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우리나라의 주택 재산세 실효세율이 OECD 국가에 비해 크게 낮다는 고민이 담겼다. 조세저항과 서민부담 증가가 우려되는 전반적인 보유세 강화가 아닌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선별적 보유세 강화를 택한 셈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는 주택투기로 고액의 부동산을 보유하게 된 자에게 부과하여 주택투기를 억제하고자 한다. 물론, 세금만으로 투기를 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특히 주택의 금융화가 깊어진 시대엔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종부세는 주택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증가시켜 주택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춰 주택투기를 억제하는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종부세는 또한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해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극도로 국토의 불균형 발전 상태에 있다. 토지와 주택 가격의 지역 간 격차에 이런 상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교육과 일자리, 의료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집중돼 있어 토지와 주택 가격이 높은 수도권에서 주로 걷히는 종부세 세수를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에 교부해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에 사용하려는 목적 자체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종부세가 아니어도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에 사용할 재원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재원은 보통 세금으로 조달한다.

부동산 투기 억제, 국토의 불균형 해소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종부세 완화 또는 폐지를 외치는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심화하는 소득과 자산 불평등, 저출생 고령화와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AI 등 기술혁신이 주도하면서도 형평을 추구하는 생산적 자본주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 불로소득은 억제하고 노력소득은 보상하는 종합적인 세제 개편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임재만 참여연대 실행위원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재만 참여연대 실행위원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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