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재명 대항마 기대” “동료 당원 배신 우려”…‘당대표’ 한동훈에 ‘당심’ 온도차
“할 말은 하면서 당정관계 잘 이끌 것” vs “‘박근혜 탄핵’ 아픔 재현될까 걱정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동훈이 미래다!" 7월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62.84%' 압도적 득표율로 신임 당대표에 오른 순간, 일산 킨텍스 현장은 한동훈 대표 지지자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시사저널이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항마로서 확실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반면 다른 후보들을 지지했던 당원들은 "동료 당원과 보수 지지층을 대하는 태도에 실망했는데 앞으로 당 운영도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며 우려 섞인 반응을 표했다.
한동훈 팬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집결…"어떤 네거티브도 안 통했다"
이날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엔 당원들이 오전부터 삼삼오오 모여 각자 지지 후보들을 응원하며 열기를 올렸다. 특히 '한동훈팀(한동훈·장동혁·박정훈·진종오)' 지지자들은 '한동훈' 등이 쓰인 머리띠와 각종 굿즈를 착용한 채 북을 치며 후보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우리가 바라는 변화, 그 시작 한동훈"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든채 "한동훈"을 연신 외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한동훈 대표의 당선 소식이 발표되자 뜨거운 함성을 지르며 킨텍스 입구에 결집했다. 이후 한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을 향해 걸어오자 지지자들은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한동훈"을 연신 외치며 그를 에워싸기도 했다. 청년당원 양모(26·여성)씨는 한 후보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대표님은 이재명 대항마 역할을 할 유일한 사람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봤지 않나"라며 "당대표 한동훈의 포텐셜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당정관계'와 관련해서도 융통성 있게 이어갈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반당원 김모(68·여성)씨는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과 달리 충분히 당정관계를 원활히 다룰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20년을 알았다고 해도 성향 자체가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만큼, 당정관계를 당원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한 대표의 일부 지지자들은 전당대회를 떠들썩하게 한 각종 논란에 대해선 "지금까지 나온 모든 네거티브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대표는 흠이 없고 너무 투명하다 보니 다른 후보들이 억지를 부렸던 것"이라며 "마타도어도 예전 같으면 더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아날로그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역설했다. 다른 지지자도 "한동훈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각종 공격을 받고 더욱 단단해졌다"고 자신했다.
"韓 보수 정체성 의심" "정치 새내기인데 거야 대응 가능할까"
반면 다른 후보들을 지지한 당원들 사이에선 한동훈 대표의 향후 '당 운영' 방식이나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가 표출되기도 했다. 특히 일부 당원들은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문자 패싱' 논란이나 나경원 의원의 '패스스트랙 사건 공소 취소' 폭로 등 논란을 거론하며, 한동훈 대표의 태도에 "진중하지 못하다" "입이 리스크" 등 실망했다는 반응도 보였다.
나경원 후보를 지지했던 일반당원 전모(50대 남성)씨는 "총선에서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발생했을 때부터 한 대표의 스탠스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었다"며 "한 대표는 당원이나 정치인 동료들을 운명 공동체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댓글팀 의혹 관련해서도 충격을 받았다"며 "정당이나 정치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다. 여전히 검사 마인드"라고 직격했다.
한 대표가 원내 경험이 없는 '정치 새내기'인만큼 앞으로 거대 야당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0년 지방 정치권에 몸담았다는 책임당원 장모(60대)씨는 "지금의 정국에선 정치적으로 싸워본 경륜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한동훈팀은 그런 경력자들이 아무도 없다. 이래서 어떻게 이재명을 대적하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안심하고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겠나"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에게 앞으로 닥쳐올 파고가 많을 건데 그때마다 이겨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보수'로서 정체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원희룡 후보를 지지했던 일반당원 박모(60대·여성)씨는 "한 대표의 정치 정체성도 모르겠다. 개혁보수라고 떠드는데, 전통 보수 지지층 입장에서 보면 통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우리는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탄핵' 아픔이 그대로 있는데, 또 그때가 재현될까봐 무섭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당원 김씨(60대·남성)도 "(한 대표는) 동료 시민, 동료 당원이라고 말만 하고 우리를 전혀 동지로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대표의 팬덤(지지층)이 격화될 경우 보수 지지층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됐다. 책임당원 강모(30대·남성)씨는 "최근 '한딸(한동훈의 딸)'이라고 강성 지지층들이 나서는데, 이들은 이재명의 '개딸(개혁의 딸)'보다 더 하다"며 "이들도 한 대표가 보수이기 때문에 지지한 것이 아니라, 아이돌 팬덤처럼 맹목적으로 지지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오히려 보수 지지층을 분열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동훈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62.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 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우리 당원 동지들과 국민 여러분은 오늘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하셨다. 오늘 우리 국민의힘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 강한 힘이 모였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 대표와 지도부를 꾸릴 최고위원에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청년) 신임 최고위원이 최종 확정됐다. '한동훈팀' 소속으로는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까지 총 2명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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