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육난구이(六難九易)’와 ‘삼장사마(三障四魔)’

박상호 시인·고향의봄 명예회장 2024. 7. 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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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대출 규제 강화에 가압류도 잦아 경영인 고통
성공 위한 과정 너무 험난…기업 생존 힘든 현실 슬퍼
박상호 시인·고향의봄 명예회장

‘견보탑품’에 나오는 ‘육난구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먼저 아홉 가지의 쉬운 일을 설명하면 ① 법화경 이외의 여러 경전을 설하는 것 ② 수미산을 들어 타방의 무수한 불토(佛土)에 던져 놓는 것 ③ 발가락으로 이 삼천대천세계를 움직이고, 멀리 타국으로 던지는 것 ④ 이 세계의 정점인 유정천에 서서 법화경 이외의 무량한 경전을 설하는 것 ⑤ 손으로 허공을 움켜잡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 ⑥ 대지를 발등 위에 놓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 ⑦ 마른풀을 등에 지고 큰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 것 ⑧ 무수한 법문을 설하여 사람들에게 신통력을 얻게 하는 것 ⑨ 많은 사람에게 소승의 최고 깨달음인 아라한의 위를 얻게 하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었지만 매우 실현하기 어렵다.

그러면 가장 어려운 여섯 가지 일은 무엇일까. ① 부처 멸후에 악세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것 ② 부처 멸후에 법화경을 쓰고 또는 다른 사람에게도 쓰게 하는 것 ③ 부처 멸후에 악세에 잠시라도 법화경을 읽는 것 ④ 부처 멸후에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법화경을 설하는 것 ⑤ 부처 멸후에 법화경을 듣고 의미를 묻는 것 ⑥ 부처 멸후에 능히 법화경을 수지하는 것이다.

석존 멸후의 악세에 법화경을 자행화타에 걸쳐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교대사는 ‘법화수구’에서 ‘육난구이’의 의의를 “얕음은 쉽고 깊음은 어렵다고 함은 석가의 소판이니라. 얕음을 떠나 깊음을 따르는 것은 장부의 마음이니라”하고 말했다. 장부의 마음은 부처의 마음을 말한다. 즉 석존이 육난구이를 설해 멸후홍통을 권한 것은 ‘얕은 가르침을 떠나 깊은 가르침인 법화경을 넓히라’는 의미다.

이는 법화경 수행이 너무도 어렵다는 의미이며 최고의 진리를 설파하는 데 있어 많은 장애와 방해 작용이 따른다는 내용이다. 작금의 여러 사업자들이 겪는 고통이 ‘육난구이’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사료된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많은 법규로 인해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하소연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첫째는 중대재해 처벌법, 노동법, 공정거래법 등으로 기업을 옥죄는 환경에 기업인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고, 금융권의 대출 규제로 기업 운영이 위태롭고 금융기관의 횡포로 날로 생존이 힘든 상황이다.

둘째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인해, 가압류 등을 법원에서 쉽게 허용함으로써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부도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가압류가 되면 기업의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모든 자금이 움직일 수 없어 기업의 존망이 불투명해진다. 신탁사와 증권사의 횡포로 채무 인수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건전한 기업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은 주변에서 흔한 일이다.

현재 열심히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은 무간지옥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기업을 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곳은 복 받은 기업인이라고 하는 말이 슬프게 회자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용문폭포의 용이 되는 것만큼 어렵다. 용문폭포에 오르기 위해서는 화살처럼 빠른 물살을 헤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어부들의 그물과 작살 등 도처의 방해물로 정말 어렵다. 이처럼 기업을 경영하기가 물고기가 용이 되는 것처럼 어렵다. 비유하면 중생이 부처가 되는 것만큼 어렵다고 본다. 중생이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삼장사마’라는 장애가 따르는데 극복해야 부처가 될 수 있다. 석존도 부처가 되는 과정에서 이런 장애를 극복해 성불했다고 한다. ‘삼장사마’란 세 가지 ‘장애’와 네 가지 ‘마’를 말한다.

‘삼장’이란, ‘번뇌장’ ‘업장’ ‘보장’을 말한다. ‘번뇌장’이란, 탐욕과 증오, 어리석음으로 신심이 방해받는 것을 의미한다. ‘업장’이란, 내 생명에 새겨져 있는 악업(악한 행위 집적)이 우리의 신앙이나 불도 수행을 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장’이란, 올바른 가르침을 비난하는 행위에 대한 보답으로 일어나는 장애다.


‘사마’에서 ‘마’는 고대 인도인의 ‘마라’를 한자로 표시한 것으로 불법을 실천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고 파괴하려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음마’ ‘번뇌마’ ‘사마’ ‘천자마’ 등 네 가지를 말한다. ‘음마’는 심신의 작용이 고르지 못해 불도 수행이 방해받는 것이고 ‘번뇌마’는 번뇌 때문에 신심이 파괴되는 것이다. ‘사마’는 수행자의 생명을 빼앗아 수행을 방해하는 것으로, 불도 수행자의 죽음을 보고 신심에 의심을 일으키는 것도 ‘사마’가 작용한 것이다. ‘천자마’는 생명의 근본적인 미혹에서 일어나는 가장 본원적인 마이다. 삼장사마를 극복함으로써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는데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모든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너무도 지난하므로 중생이 부처가 되는 만큼 어렵고 ‘육난구이’에서 법화경을 수행하기 어려운 것처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운 게 작금의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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