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청문회장의 연예인

강필희 기자 2024. 7. 23. 19:5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간을 뒤흔든 '옷 로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청문회가 1999년 8월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그러나 정작 관심은 청문회 둘째 날 증인이었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었다.

국회 청문회장에 연예인들이 대거 소환됐다.

가뜩이나 짜증과 냉소만 유발하는 국회가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서라도 관심을 환기해 볼 작정이라면, 그 전략만큼은 성공할 지 모르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간을 뒤흔든 ‘옷 로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청문회가 1999년 8월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재벌가 부인과 그로부터 옷값을 대납받은 의혹 당사자들이 줄줄이 불려 나왔다. 그러나 정작 관심은 청문회 둘째 날 증인이었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었다. 고관대작 여인들이 드나든 옷집 리스트에 그의 매장이 있었던 것이다. 특유의 하얀색 의상에 화장기 짙은 얼굴로 등장한 그는 의원들의 퉁명스러운 질문에도 나긋한 말투와 상냥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결국 사흘간 청문회는 맹탕이었고, 밝혀낸 건 앙드레 김의 나이와 김봉남이라는 본명 뿐이라는 비아냥이었다.


중요한 현안이 있다면 연예인이라고 국회에 못 부를 이유는 없다. 배우 김민종은 연예기획사 대표 자격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장에 섰다. 인천 ‘K-콘텐츠시티’ 특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선동열은 6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으로 국감 증인대에 올랐다. 대표팀 선발에 병역 특혜가 있었는지 추궁당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매번 감사 내용은 부실했다. 의원들의 전문성과 준비 부족으로 당사자 반박을 넘지 못한 것이다. 유명인의 국회 출석이 사전 이슈는 될지언정 현장에선 결정적 한방 없는 정치쇼로 흘러가기 일쑤였다.

국회 청문회장에 연예인들이 대거 소환됐다. 더불어민주당이 24, 25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문화예술계 인사 47명을 참고인으로 채택한 것이다. 영화감독 봉준호 박찬욱을 비롯해 정우성 김제동 김미화 설운도 소유진도 들어 있다. 이 후보자가 과거 강연에서 연예인을 좌파와 우파로 분류했는데, 이번에 모조리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참고인은 증인과 달리 출석 의무가 없어 실제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특정 연예인의 정치 편향을 무턱대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모든 인간 활동이 넓은 의미의 정치에 속한다. 하지만 본연의 직업 세계에서 견고하게 구축한 유명세를 다른 영역에 소신껏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다지 인지도는 없으면서 진영 친화적 행위만으로 이름값을 높이려는 이도 적지 않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정권을 잡을 때마다 그들이 선호한 연예인이 유무형의 혜택을 받은 건 이미 국민도 안다. 인사청문회에다 대통령 탄핵소추 청원청문회까지 나라가 온통 청문회 정국이다. 가뜩이나 짜증과 냉소만 유발하는 국회가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서라도 관심을 환기해 볼 작정이라면, 그 전략만큼은 성공할 지 모르겠다.

강필희 논설위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