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문화도시 부산을 향하여

정두환 문화유목민 2024. 7. 2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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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문화유목민

문화도시 부산을 향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때 부산을 ‘문화 불모지’라 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부산은 ‘문화노다지’라 항변했다. 부산을 ‘문화 불모지’라고 한 것은 문화를 이해 못 하고 문화 현장에서 벗어나 관망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세계적인 것을 외치며 외국의 대규모 교향악단, 해외 유명 연주자들을 추종하고, 그들이 펼치는 행위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만 알고 있는 이들의 언어가 ‘문화 불모지’인 것이다.

부산의 문화 현장을 한번 살펴보자. 1962년 국내 세 번째로 창단한 부산시립교향악단을 선두로 10년 뒤인 1972년 부산시립합창단, 이듬해인 1973년 대한민국 최초의 시립무용단으로 출발한 부산시립무용단, 1984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1998년 부산시립극단까지 공연 예술의 전 분야가 창단됐다.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1973년,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은 1994년 창단돼 부산시립예술단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 단체까지 갖추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많은 민간 교향악단과 오페라단, 다양한 앙상블, 합창단과 일반인이 함께하는 공연예술팀이 부산 전역에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프트웨어도 풍부하지만, 하드웨어인 공연장은 1973년 개관한 부산시민회관을 비롯해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 구 단위의 금정·해운대·을숙도문화회관 등 각 구·군에 펼쳐져 있는 문화예술공간과 함께 민간에서 운영하는 소극장들·복합문화공간이 시민의 삶 속으로 실핏줄같이 연결돼 있다. 올해 준공하는 부산콘서트홀을 비롯해 오페라하우스, 서부산권의 대표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할 낙동아트센터까지 앞으로 이어지는 하드웨어는 부산의 공연예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필자는 지난 40년간 부산의 문화 활성화 운동에 전심을 다 했다. 부산문화 미래의 청사진을 수없이 그려보기도 했으며 또한 실천하고 있다. 부산 공연문화는 지금이 전성기다. 그런데도 마음 한쪽이 허전한 것은 왜일까? 문화 향기가 시민의 삶에서 멀어지는 듯한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늘 불안불안하다.

부산의 공연예술 미래를 세심하게 생각해 보면 필자의 이런 마음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 먼저 미래 인재들을 육성하는 대학의 공연예술과 관련된 학과들은 폐과 수순에 있는 듯하며, 이미 폐과된 대학도 있다. 그나마 학과를 유지하는 대학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입학생 모집에 전력하고 있지만, 다수 대학은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해 입학 정원 자체를 축소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전공 분야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관현악은 대학에서 고전음악까지의 합주 교육을 통해 오케스트라 앙상블의 개념과 각 악기의 활용성, 악기 간 균형된 소리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실상은 주요 악기 전공자가 없어 제대로 된 앙상블 교육을 받지 못한다. 필자는 대학 연합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합주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미래 부산 공연예술을 책임질 연주자들의 연대도 꿈꿀 수 있다며 10여 년 전에 제시했으나 지금도 대학들은 과거 교육을 답습하는 듯하다.

문화강국을 강조한 백범 김구 선생님이 그린 조국의 미래를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문화는 세상을 바르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훌륭한 도구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통해 내면을 다지고, 주변 사람과 문화 현장을 누리며 미소 짓는 국민이 살아가는 조국. 이러한 모습을 김구 선생님은 꿈꾸지 않았을까.


새롭게 들어서는 문화 현장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떤 인물이 새로운 공연장 수장이 되는가에 따라 부산 문화판은 요동칠 것이다. 공연장 수장으로 공연장 시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공간과 극장 운영 전문가가 필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시점에 자칫 시기를 놓치면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많을 수 있는 시설이기에 공간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미래를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문화도시 부산의 어른들 사명이다. 더 큰 그림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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