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 부사령관, '이첩 보류' 지시 누가 했는지 오락가락 진술
최재영 기자 2024. 7. 23. 19:45
▲ 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
해병대 채 모 해병 사망 사건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이었던 정종범 소장(현 해병대 2사단장)이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 재판에서 김계환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한 진술을 내놓았습니다.
정 소장은 오늘(23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재판 6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앞서 두 차례 공판에 불출석했다가 재판부로부터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받고 이번에 처음 재판에 나왔습니다.
정 소장은 지난해 8월 1일 해병대사령부에서 김계환 사령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김 사령관이 사건 기록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느냐는 군검찰 질문에 "당시 사령관은 경찰 이첩 보류를 하자고 정확히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소장은 이어진 변호인 측 질의에서도 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명확하게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김 사령관이 이첩 보류를 명확히 얘기했다면 상관 지시를 어겼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의 항명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정 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정 소장 증언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먼저 사령관이 '이첩 보류'라는 단어를 썼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정 소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가 "사령관 본인은 지난번 증인 신문 때 '이첩 보류'라는 멘트를 사용한 바 없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지만, 그는 "그렇게 기억한다"며 명시적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한다는 주장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이 있었느냐고 거듭해서 묻자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정 소장은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주재로 국방부에서 열린 회의에 해병대 장성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회의 내용을 받아 적은 메모를 작성하고 이를 김 사령관에게 전한 인물입니다.
흘려 쓴 필체로 적힌 메모에는 10개의 지시사항이 담겼는데, 그중에는 '5.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7.법적 검토 결과 사람에 대해서 조치 혐의는 안 됨(없는 권한 행사).우리가 송치하는 모습이 보임' 등의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정 소장은 애초 군검찰에서 메모 속 발언자가 이 전 장관이라고 진술했다가 이를 근거로 '이 전 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논란이 생기자 이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말과 혼동했다고 번복했고, 유 관리관은 자기 발언이 아니라고 하는 등 진술이 엇갈린 바 있습니다.
정 소장은 이날 공판에서도 메모의 발언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똑 부러진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는 해당 메모 내용들이 이 전 장관 지시인지, 동석한 유 관리관 의견인지 기억이 안 나고 헷갈린다고 진술하다가 공판 말미에 가서는 논란의 5번, 7번 항목이 아닌 다른 일부 항목을 장관이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 전 장관도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메모의 10개 항목 중 약 4가지가 자신이 지시한 것이라며 '누구누구 수사 언동 안 됨'의 경우 법리적 설명을 듣고 예를 들어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영 기자 stillyo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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