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비하' 피식대학, 돌아선 구독자 마음 어쩌나

정한별 2024. 7. 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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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솔한 표현 사용…책임 통감" 사과
영양군 수해에 5천만 원 현물 기부
피식대학이 침수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경상북도 영양군에 현물 기부로 힘을 보탰다. 메타코미디 제공

잘 나가던 피식대학이 위기를 마주했다. 지역 비하 논란 때문이다. 피식대학은 어려움에 처한 해당 지역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시선을 모았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피식대학은 코미디언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세 사람은 지난 5월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영상 속 이들은 표지판을 본 후 "이런 지역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청기, 상청, 진보, 입암"이라며 "중국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또한 영양에서 먹은 음식들과 관련해 혹평을 쏟아냈다. "강이 위에서 볼 때는 예뻤는데 밑에서 보니까 똥물이다" "내가 공무원이면 여기 발령받으면… 여기까지만 하겠다" 등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논란 후 피식대학을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318만이었던 구독자 수는 대거 이탈로 290만을 조금 넘는 수준이 됐다. 비판 속에서 피식대학은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사과에 나섰다. 멤버들은 콘텐츠가 영상 속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는 "콘텐츠적인 재미를 가져오기 위해 무리한 표현들을 사용했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솔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코미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태로 시청자분들께 여과 없이 전달됐고 이 부분 변명의 여지없이 모든 부분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 드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이 피식대학에게서 등을 돌린 상태였고, 조회 수 또한 예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피식대학의 인기가 급락한 가운데 멤버들은 지난 17일 현물 기부 소식을 전했다.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논란과 맞닿아 있는 영양군인 만큼 해당 소식은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피식대학 측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낙담하셨을 영양 군민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부로 뜻을 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은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위해 냉장고, 세탁기, 선풍기, 밥솥, TV 등을 기부했다.


기부에도 변화 없는 구독자 수

지역 비하 논란 후 피식대학을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318만이었던 구독자 수는 대거 이탈로 290만을 조금 넘는 수준이 됐다. 메타코미디 제공

잘못된 발언, 예의 없는 행동 등은 스타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손상시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속 배우의 필터 없는 입담을 우려해 예능 출연이나 인터뷰를 최대한 피하는 매니지먼트사도 있다. 사생활 논란이나 가족의 잘못된 행동이 스타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던 연예인 중 일부는 입장을 밝히며 해명에 나섰다. 반면 침묵을 선택하거나 구렁이 담 넘듯 상황을 벗어나려는 스타도 있었다.

피식대학은 사과 후 피해를 준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안기며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영양군청 측 역시 "현재 현금 기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물품 기탁으로 뜻을 보태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다시 한번 이번 피해에 대해 관심과 염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입장을 피식대학 소속사 메타코미디에 전달하며 화답했다. 그러나 한번 등을 돌린 네티즌들은 다시 돌아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을 기준으로 피식대학의 구독자 수는 290만이다. 기부 후에도 큰 변화는 없는 셈이다. 기부로 잘못을 지우려고 한다는 비판 의견도 존재한다.

대중은 큰 영향력을 가진 스타들에게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한다. 피식대학이 300만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어떤 영상의 조회 수는 700만을 돌파했던 만큼 이들이 네티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컸다. 대중이 경솔한 지역 비하 발언을 한 멤버들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피식대학의 콘텐츠에는 기부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이 "다시 구독하고 간다"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피식대학의 진심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닿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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