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박근혜 '잊자' 어록 언급하며 경선상처 봉합 의지(종합)
자유민주주의 역설한 AI 이승만, 새마을운동·금융실명제 소개한 AI 박정희·김영삼
(고양=연합뉴스) 김치연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23일 장맛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전국에서 모인 당원과 지지자들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4명, 청년 최고위원 1명을 선출한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3·8 전당대회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개최한 행사다.
AI 기술을 이용해 구현한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 영상도 눈길을 끌었다.
한동훈 신임 대표는 선출 직후 경선 과정서 생긴 상처를 봉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년 4개월 만에 새 지도부 선출…"당원·지지자 1만명 이상 참석"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는 본행사 시작 3시간 전인 정오께부터 붉은 옷을 입은 지지자와 당원들로 북적였다.
'당원들의 잔치'인 만큼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전세버스도 속속 도착했다.
장대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행사장 밖의 '장외 응원전'은 치열했다.
한 신임 대표 지지자들은 한 후보 등신대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나온 이른바 '팀 한동훈'(장동혁·박정훈 최고위원 후보,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신대를 나란히 세워놓고 함께 모여 한 후보를 연호했다.
나경원 후보 지지자들은 '당 대표는 나경원'이 적힌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장구를 치며 흥을 돋우었고,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도 이에 질세라 맞은 편에서 북과 징을 치며 응원에 나섰다.
인파가 몰리는 만큼 질서 유지와 충돌 사태에 대비해 곳곳에 경찰 인력도 배치됐다.
당은 이날 전당대회에 당원과 지지자 등 총 1만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韓, 대표 선출되자 "경선 상처 봉합…내가 폭풍 되겠다"
공식 행사가 시작된 지 2시간 만인 오후 5시께 개표가 완료되고 한 신임 대표 선출이 선포되자 장내는 환호로 가득 찼다.
굳은 얼굴로 옅은 미소를 지은 채 결과를 듣던 한 대표는 당선되자 레이스를 함께 한 다른 후보들과 악수하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한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전당대회에서 때로는 과열되고 갈등도 있었다. 당원동지들이 힘든 한 달을 보낸 것 알고 있다"며 "내가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하셨던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는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말씀하셨다"며 "그 한마디가 치열했던 경선 과정의 균열을 메우고 상처를 봉합하는 한마디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또 한 신임 대표는 "몸을 사린다는 소리, 웰빙 정당이라는 소리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내가 대표로 있는 한 결코 폭풍 앞에 여러분을 앞세우지 않겠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와 함께 스스로 폭풍이 돼 여러분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한 신임 대표는 '우리 윤석열 정부'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정부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미 가치 동맹 복원, 체코 원전 수주,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처 등을 윤 정부의 성과로 거론하며 "이 성과들만으로도 우리 윤석열 정부가 역사에 기억될 거다. 그러나 국민이 우리에게 더 마음을 주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덜 경청하고 덜 설명하고 덜 설득했기 때문"이라며 "더 경청하고 더 설명하고 더 설득하겠다"고 했다.
한 신임 대표는 이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우리 당이 앞으로 친한이니 이런 친 누구니 하는 정치 계파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같다. 이 정부를 성공시켜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 곳곳에 적용…AI 사회자부터 전 대통령 연설도 AI로 구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이뤄 보수가 미래로 전진해나간다는 의미 등을 담은 'NEXT 보수의 진보' 슬로건을 내건 이번 전당대회에는 곳곳에 AI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전임 대통령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재현해 제작한 연설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먼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에 대해 연설하는 영상이 나오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한강의 기적'과 '새마을운동'에 대해 연설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상과 금융실명제에 대해 연설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상이 이어졌다.
행사장 앞에는 사진을 찍으면 가상 캐릭터로 변환해 인쇄해주는 'AI 포토부스'와 로봇이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행사 존이 마련됐다.
통상 전당대회에서는 가수를 초청해 축하 공연을 하지만, 이번에는 수해 문제 등을 고려해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고 대형 LED 화면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통공연으로 대체했다.
사회자들이 행사 초반 전국 각지에서 온 당원들을 소개하던 중 '박수치지 않는 분들은 정체를 밝힐 수 없는 간첩이냐', '전라북도를 따로 (소개) 해야 하느냐'고 말해 논란이 일자 사과하는 촌극도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시작된 전당대회는 오후 16시 58분께 투표 결과가 발표됐고, 오후 5시 30분께 폐회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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