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부정사용·노조탄압 의혹… 언론단체들 이진숙 사퇴 촉구
이 후보자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법인카드 부정사용, 노조 탄압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언론단체들은 “문제적 인물”이라며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이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 및 MBC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으로 재임했던 2015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의 활동비 및 업무추진비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가 주말에만 전체 금액의 약 24%인 340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또 30번에 걸쳐 주말 골프에 약 1530만원을 결제했고, 100만원 이상 지출한 경우도 7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주말 골프를 ‘부운영비’, ‘관계회사 접대’ 명목으로 보고했다.
한민수 의원은 이 후보자가 서울시 강남구 자택 근처 고급 양식집과 일식집, 와인바에서도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자택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와인바에서 밤 11시가 넘은 심야에 약 143만원을 지출한 기록, 차로 5분 거리인 양식집에서 휴일에만 156만원을 지출한 기록 등을 문제 삼았다. 한민수 의원은 “이렇게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집 근처에서 사용한 금액은 약 957만원”이라며 “언론의 독립성, 공정성에 대해 검증을 하기 이전에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서부터 낙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자가 MBC 보도본부장 시절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도 문제가 됐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보도본부장을 지내던 2014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이 후보자가 자택 반경 5km 이내서 55건에 걸쳐 총 1802만원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자가 주로 일식 오마카세, 복어요리, 한우 등 고급요리 전문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이 외에도 호텔과 골프장, 면세점 등에서 4000여만원을 결제했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으로,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의 책임자였지만 참사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4월21일부터 서울 시내 주요 맛집을 다니는 등 한 달 사이에만 총 605만원을 썼다”며 “공직후보자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지금이라도 사퇴하길 정중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후보자는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MBC 임원 처우 기준에 따라 배정된 한도 내에서 내부 규정에 맞게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며 “자택 반경 5km 이내를 모두 자택 근처로 주장하고 있으나 반경 5km는 강남구는 물론 서초구, 송파구 일원까지 포함하는 영역으로 사실상 강남의 주요 도심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사실을 누락한 채 후보자가 집 근처에서 법인카드를 유용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편 이 후보자가 2014년 MBC 사장 공모 때 경영계획서에 적은 노조 탄압 계획, 또 일부 영화와 연예계 인사들을 좌파와 우파로 분류한 발언 등도 방통위원장 지명 이후 문제가 됐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경영계획서에 노조와 사내 직능단체의 경영 간섭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 노조 탄압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정치적 활동을 보장한 상위 노조 탈퇴 요구 △노조 전임자·파트타임 수와 지원 축소 △노무 전문가 영입 등이 기술돼 있었다. 이 후보자는 다만 이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발했다. 좌파, 우파 발언과 관련해선 “공직자로 임명되기 전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었다며 “앞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단체들은 그러나 “방통위 수장은커녕,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떤 공직에서도 배척돼야 할 문제적 인물”이라며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해 92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숙은 정권몰락, 필망의 길을 향한 가속페달”이라며 “이진숙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진숙 같은 자가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또 다시 방송국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갈라치기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 것”이라며 “공영방송 투쟁을 앞장서 탄압했던 과거도 현실이 될 것이다. 더 절실하게 국민들께 알려서 반드시 이진숙 사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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