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美민주후보 확정… 트럼프와 박빙혈투 예고
2인자 탈피·밈 활용 등 쇄신 노력
낙태·형사 기소권 쟁점화 전망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적이다. AP통신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22일 오후 민주당 대의원 가운데 최소 2214명의 지지를 얻어, 지금 당장 대의원 투표를 하더라도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매직넘버(단순 과반)인 1976명을 가볍게 넘길 상황이다. 이에 따라 11월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대결구도로 사실상 확정됐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대통령 후보로서는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59세의 비교적 젊은 진보성향의 여성에 유색인종으로 78세의 보수성향이 강한 백인 남성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인종과 문화면에서 확연히 차별화 된다.동부 뉴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부를 축적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 생활을 해온 해리스 부통령은 걸어온 길도 다르다.
◇2인자 이미지 벗기 안간힘=해리스 부통령이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4년간 따라다닌 '2인자'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해리스 캠프는 일반 유권자들에겐 다소 과격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보였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해리스 선거 캠프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의 대문 이미지를 라임색 배경으로 변경했다.
라임색은 최근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찰리 XCX의 앨범 'brat' 커버에 사용된 색이다. 'brat'의 사전적 의미는 '버릇없는 녀석'이지만, 틱톡 등에선 모범생을 낮춰 부르는 '범생이'의 반대말로 통용된다. 젊은 세대가 선망하는 '나쁘지만 쿨한 여자'라는 캐릭터를 굳히기 위해 팝스타의 이미지를 차용한 셈이다.
해리스 캠프는 암살미수 사건 이후 지지율이 크게 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전략도 펴고 있다. 형사 기소 후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대통령과 대비시키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의 캘리포니아 법무부장관 경력을 적극 부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우선 검사 출신으로, 날카로운 언변이 강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피고인' 대 해리스 '검사경력' 대비=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에서 34개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만큼 법치주의 후보 대 중범죄자라는 프레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18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청문회에서 송곳 질의로 막강 화력을 과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실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선대본부 연설에서 자신이 검사 시절 성추행 사건을 전담했다며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고 저격수를 자임했다. 그는 "이번 선거운동에서 나는 자랑스럽게 내 경력을 그의 경력에 맞서 부각할 것"이라고도 별렀다. 해리스 캠프의 아마르 무사 대변인은 "해리스는 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왔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자신만 신경 쓰지만, 해리스는 자신의 경력을 노동자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바쳤다"라고 말했다.
낙태권을 옹호해온 해리스 부통령의 그간 족적도 부각시켜 여성표를 끌어들인다는 전략도 구사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낙태권, 법치주의 등의 문제를 앞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코너로 몰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 시절 보수 우위로 확고히 재편된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판결을 2022년 폐기한 사실을 거론하고 낙태 권리를 강조함으로써 여성 지지세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에서는 대선 레이스 초기부터 낙태권, 민주주의 원칙, 경제적 공정성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약한 이슈들을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려고 해왔다.
◇암살미수 사건 이후 견고해진 트럼프 지지세 깨기 쉽지 않아=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굳어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측은 이미 해리스 부통령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웃는 카멀라'라는 별명을 붙인 뒤 "미쳤다.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각종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종종 보여주는 함박웃음을 비정상적인 웃음으로 규정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언변에 대해서도 공격을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인 방송인 터커 칼슨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랩을 하는 것처럼) 운율에 맞춰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을 뜯어보면 내용도 정확하지 않고, 논리도 없는 '아무말 대잔치'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국경의 황제(차르)'로 부르면서 공격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법 이민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오히려 불법 이민이 폭증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별명이다.
앞으로 100여일 남은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한 축이었던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불법 입국자 문제, 인플레이션 등 기존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던 소재들을 그대로 활용하며 '공동책임론'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 관세 인상을 통한 보호주의 무역 강화와 화석에너지 시추 재개, 남부 국경 봉쇄, 국제 분쟁 조기 종식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때 밝힌 공약을 점차 구체화해 제시할 전망이다.
또 다양성 수용과 경제 정책 등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동급 또는 그 이상으로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온 해리스 부통령에 맞서 우파 진영의 '반(反) PC(좌파가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주의' 정서를 자극할 전망이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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