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의 여당, 채상병 특검 약속부터 지켜라
국민의힘 새 대표로 23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됐다. 한 신임 대표는 7·23 전당대회에서 62.84%의 압도적 득표로 결선 없이 당선됐다. 지지자들의 육탄전으로까지 치달은 역대급 진흙탕 전대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확인하며 막을 내렸지만 ‘한동훈 여당’ 앞에는 난제가 첩첩이 쌓였다. 비전도 존재감도 책임도 없는 여당을 쇄신하고 민심 이반 원인인 대통령실과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국민 앞에 제대로 규명하는 데 여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전대 결과는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변화 없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에 위기감을 표출하고 여당에 수직적 당정관계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대표에 대한 친윤계의 ‘배신의 정치’ 비방과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공격,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취소 청탁 폭로 이후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의 거센 협공에도 압도적으로 한 대표를 선택한 것은 그렇게 읽힌다. 지난해 3·8 전대 당시 약체로 분류된 김기현 의원을 과반 당대표로 만들었던 ‘윤심’의 위력은 찾아볼 수 없다. 총선 민심에 이어 당심마저 돌아선 상황을 대통령실은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그 점에서, 한동훈 여당의 과제는 명약관화하다. 한 대표는 출사표에서 밝힌 대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특검 추천을 고집하고 있지만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닌 만큼 협의에 나서야 한다.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에 이어 전대 과정의 문자 파동에서 김 여사의 국정 개입·댓글팀 운영 의혹 등도 불거져 있다. ‘출장 조사’ 논란에서 보듯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소수 여당으로서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국정 동력 회복도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출생·연금 등 첩첩한 민생 난제와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을 하나도 풀어갈 수 없다. 비방·폭로전으로 실망감만 안긴 전대에 대해 사과하고 당을 통합해내야 할 과제도 앞에 있다.
국민과 당원들은 이제 비정상 국정을 바로잡을 주체로 여당을 주시하고 있다. 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를 다짐하며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자”고 했다. 전대 과정에서도 틈만 나면 “변화·민심”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어정쩡한 봉합이 아니라 집권당을 철저히 쇄신하고, 당정관계도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해야 한다. ‘한동훈 여당’은 용산이 아닌 국민만 보고 용감하게 변화·쇄신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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