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심장병도 유전되는가?

2024. 7.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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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심장병이 유전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물론 심장병 중에서 유전이 되는 질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밀로이드 심근염과 같은 특정한 심장 근육 질환, 부정맥 중에서도 희귀 질환인 longQT 증후군, 그리고 마판 증후군과 같은 선천성 심장질환은 특정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질환들은 매우 희귀한 질병이다. 호주와 이란에서 시행한 각각의 연구에서 유전자 분석으로 같은 선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지만 심장병에서 유전적인 요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화되기 전인 과거에는 심장병이 매우 적었던 일본인들이 미국으로 이민 갔을 때 처음에는 일본식 음식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지만 이민 3대가 되면 생활습관이 완전히 미국인과 같아진다. 그 결과 심장병 발생률이 역시 이민 3세대에서는 미국인과 완전히 같아진다는 연구가 많이 있다.

특히 장수 지역으로 유명한 오키나와에서 100세 이상의 장수인을 대상으로 장수를 가능하게 하는 특정 유전자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그 뿐 아니라 오키나와 사람이 타지로 이주하면 그 지역 사람과 심장병 발생률과 수명이 같아졌다. 즉 유전적 요인보다는 건강한 식사를 소량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2021년 6월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의 절반이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특히 1990년 아시아에서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560만명이었는데 2019년에는 무려 108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발전을 하면서 생활 습관이 바뀌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다만 일찍 경제성장을 이뤄서 식생활 습관이 먼저 서구화되었지만 심장병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고 의료 수준도 발달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오히려 사망자 수가 줄어들었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거나 운동을 싫어하는 생활 습관을 가진 집안에서는 유전적인 문제가 없어도 심장병이 발생할 확률이 당연히 증가하게 된다. 특히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딸이나 며느리에게 전수가 되면서 가족들의 음식 성향이 비슷해지기 때문에 심장병의 발생 빈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보면 2013년과 2022년의 심장병 위험인자 중에서 변화가 큰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남자의 경우 비만은 10% 증가했고 고지혈증은 8.9% 증가했으며 유산소 운동은 5.6% 감소했다. 반면 현재 흡연하는 비율은 12.2% 감소했다. 고혈압, 당뇨, 음주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여자는 주로 고지혈증이 10% 증가했고 유산소 운동은 4% 감소했다. 반면 당뇨는 2.3% 감소했다. 나머지 요인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또한 남자는 심장질환자가 2018년 85만5000명에서 2022년 105만4000명으로 23.2% 증가했다. 여자는 심장질환이 5년간 67만4000명에서 77만9000명으로 15.6% 증가했다. 즉 생활 습관의 변화와 심장병 발생 빈도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2019년 유럽심장학회에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50세 이하의 성인 중에서 협심증이 있는 555명과 건강한 520명을 합쳐 107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리고 심장병 위험인자로 운동 부족, 흡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5가지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협심증 환자의 73%가 3가지 이상의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반면 건강한 사람에서는 31%에 그쳤다. 특히 위험 요소가 하나일 때는 협심증 위험이 3배, 2개일 때는 7배, 3개이면 무려 24배나 증가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포르투갈 의사인 Sousa는 유전이 조기 심장병에 약간의 영향을 주지만 이것이 유전 때문에 심장병이 불가피하다는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가족 중에 협심증이 있으면 남자는 55세 이하, 여자는 65세 이하에서 협심증 발생 확률이 약간 높아지기는 하지만 콜레스테롤 같은 위험 인자를 조절하여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생활 습관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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