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달 수수료 첫 상생협의, 정부는 자율규제 허울 직시해야
음식배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배달의민족(배민)의 기습적인 수수료 인상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배민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부당한 수수료 부과 등의 불공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도 지난주 배민을 포함한 배달플랫폼의 불공정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민주당은 플랫폼 관련 규제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횡포를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만큼 플랫폼을 규율하는 제도가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지위남용 행위를 금지토록 했다. 또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 관계를 규율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에 사전 대응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는 플랫폼 사업자의 부당행위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필수적인 입법과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플랫폼 규제 입법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자율규제 틀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있다. 이날 배달플랫폼과 소상공인연합회, 학계 전문가 등이 공익위원으로 참여하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회’를 정부 주도로 출범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출범식에서부터 입점업체 대표들은 이 협의체에서 도출된 방안의 이행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과 4대 반칙행위 금지를 골자로 하는 플랫폼법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으나, 배달플랫폼 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추진을 접었다. 그러곤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직후 배민이 고율의 수수료 기습 인상에 나섰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정부의 자율규제 방침을 사실상의 ‘기업 편들기’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는 자율규제 방침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입법을 재추진해야 한다. 기업들은 규제가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활성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성을 높이고 소상공인·소비자와 상생하도록 규율하는 법안들이 작동하고 있다. 시장 지배적인 독과점 사업자의 횡포를 자율규제로 막겠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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