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

정제혁 기자 2024. 7. 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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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검찰청법 12조 2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총장이 전국 검찰청 모든 사건의 수사·기소를 지휘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 사건은 총장의 보고·승인을 거쳐 수사 개시, 압수수색·구속 영장 청구, 기소가 이뤄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미온적인 경우가 많았다. 대검 중수부가 있던 시절에는 중수부 검사들이 사표를 던지겠다고 총장을 압박해 수사 승인을 얻었다는 식의 일화가 무용담처럼 전해진다. 그런 점에서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홍은 특이한 사례다. 이원석 총장은 원칙대로, 철저히, 검찰청에서 조사하라고 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로 나가 출장조사를 했고, 그나마도 사후에야 그사실을 총장에게 보고했다. ‘총장 패싱’ ‘하극상’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 사건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총장의 수사지휘가 배제돼 있다는 핑계를 댔다. 그 말마따나 이 사건은 총장이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돼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김 여사의 남편인 윤석열 당시 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했는데, 그 효력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서다. 이 총장은 이달 초 ‘박탈된 수사지휘권을 복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극도로 제한되어야 한다’며 거부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수사지휘 배제는 총장과 사건 연루자가 부부라는 특수한 상황의 소산이었던 만큼 그런 상황이 해소되었다면 진작 복원됐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박 장관이 궁색한 구실로 한사코 복원해주지 않으니 특수통인 이 총장의 강도 높은 수사지휘를 우려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박 장관은 두 달 전 이 총장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을 모조리 교체한 터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윤 대통령 측근인 이창수 검사를 앉혔다. 그러고 이 사달이 났으니, ‘김건희 수사 성역화’를 두고 이 총장 입장에선 우려가, 반대 측 입장에선 노림수가 현실이 된 셈이다.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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