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적임자’라는 단어의 무게

이 기관들이 일반인에겐 생소할지 모르지만, 맡은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한벤투는 매년 1조원가량의 모태펀드를 운용하며 스타트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창진원은 창업생태계 조성과 함께 창업기업을 지원한다. 중기연은 국내 유일의 중소·벤처기업 전문 연구기관으로 중기부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수장 공백'은 끝을 모르고 길어지고 있다. 중기연은 지난달부터 원장 공모에 돌입하며 수장 인선에 시동을 걸었지만, 나머지 두 기관은 아직 임원추천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통상 기관장 공모부터 선임까지 2~3개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벤투는 기관장 '1년 공백'이 기정사실화된다.
기관장 임명권을 가진 중기부에선 '적임자(適任者)'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최일선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인 만큼 전문성 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기관장 자리에 알맞은 사람을 찾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장 공백 세 기관 중 중기연에서 가장 먼저 공모절차가 시작된 것도 적임자를 찾기 상대적으로 수월했기 때문이다.
중기부가 어떤 적임자를 바라는진 모른다. 어떤 사람이 적임자인지, 어떤 능력을 바라는지, 그에게 어떤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지도 알 수 없다. 물론 용산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을 터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적임자를 찾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오영주 장관이 취임하고, 107차례 현장에 다닐 동안 산하기관의 리더십 공백은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적임자라는 단어의 무게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적임자를 찾아 헤맨 만큼 '완벽한 인사'를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이 기관들이 수장이 있던 기간보다 없던 기간이 더 길었던 만큼 적임자라는 단어는 이미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졌다. 새로 선임될 기관장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적임자라는 단어의 무게가, 신임 기관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기 전에 하루빨리 수장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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