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北해외인력 수십명 탈북시도…"北, 트럼프 재선 학수고대"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참사 인터뷰…"북 조기 붕괴론은 무책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오수진 기자 = 리일규(52)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지난해 3~4월 북한의 국경 재개방 예정 신호가 나온 후 외교관을 비롯해 해외 체류 인원 수십명이 탈북을 시도했다고 23일 말했다.
작년 11월 망명해 국내에 입국한 리 전 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당시 상당한 동요가 있었고 대사관 인력, 지원 인력, 해외 파견 노동자 등 정말 많은 분이 탈출을 시도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들 중에는 성공한 분들이 조금 더 많지만 실패해서 참혹하게 북송된 분들도 적지 않다"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실종된 북한 모자(母子)는 외무성 직원의 아내와 아들이었으며 탈북에 실패해 북으로 끌려갔다고 했다.
리 전 참사는 쿠바를 빠져나오기 전까지 한국·쿠바의 수교를 저지하려고 본부에 여러 번 보고서를 내고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과 몽골에 이어 세 번째로 쿠바 대사의 신임장을 받은 것도 그러한 의도에서 나온 조처였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급속히 밀착하는 동향과 대조적으로 중국과는 다소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외부의 관측에 리 전 참사는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명백하다"고 진단했다. 북중 국경 개방 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점 등을 외부로 표출된 증거로 들었다.
그는 "북한에 있어서 대중관계 회복은 급선무가 아니고 러시아로부터 최대이익을 얻는 것이 당면 목표이고, 그다음으로는 일본을 잘 틀어쥐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라며 "북한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중국이 자신들을 버리지 못한다는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정권은 북미 수교와 경제 지원 등을 목표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재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리 전 참사는 북한 내부 기류를 전했다.
그는 대남 라인이 이끈 1·2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달리 외무성이 트럼프 2기의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북한 외교의 핵심으로 승승장구하는 최선희 외무상이 제1부상 시절 리선권 당시 외무상과 갈등을 빚다가 자기 비판서를 쓴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사실을 알고는 '이런 짓 할 거면 필요 없다'고 해 제1부상직이 없어질 뻔했다"며 "최선희가 조직지도부 검토를 받고 비판서를 올려 용서받아 (다시) 제1부상이 됐다"고 했다.
북한이 남북 대화 모드로 전환할지에 관해 리 전 참사는 "작년 말 2국가론은 전략적인 결정이라 본다"며 "최소 10년 안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2국가' 관계로 선언하기 몇 달 전부터 "두 개 국가로 갈라서기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리 전 참사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북한 당국이 해외에 있는 북한식당에 한국 손님을 일절 받지 말라고 지시했고, 해외 공관에는 '대한민국' 호칭과 현정은 현대그룹의 회장 방북을 불허하는 외무성 담화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수집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리 전 참사는 북한의 청년층에 대해 "혁명세대, 장마당세대와도 다른 한류세대"라고 규정하면서 "아무리 (보지 말라고) 해도 안 들어서 총살까지 하면서, 공포를 아이들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이라고 북한 당국의 폭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이 북한을) 변화로 선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잠재적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고질적인 생활고와 정보 유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조기에 붕괴할 것이라는 외부 관측에 대해선 "정말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공포정치와 연좌제 탓에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순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독재는 영원했던 적이 없으며 언젠가는 무너진다"며 "그것을 그냥 기다리는 것보다 가속하는 것이 우리 임무"라고 강조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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