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범, 이첩 보류 지시 “기억나지 않아” 진술···박정훈 항명죄 근거 약해지나
정종범, 재판부의 질문에 답변 바꿔
7차 공판은 오는 9월 3일 열려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현 해병대 2사단장)이 지난해 8월 채모 상병 순직사건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되기 전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이첩을 보류 하라’고 명확하게 지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23일 밝혔다. 박 대령측은 ‘명확한 지시가 없었으므로,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밝혔다. 정 전 부사령관은 앞서 두 차례 불출석해 재판부로부터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고 이날 출석했다.
김 사령관의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여부는 박 대령 항명 혐의 판단의 핵심 쟁점이다. 이첩 보류 명령이 명확하지 않았다면 명령을 거슬렀다는 혐의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전 부사령관은 지난해 8월1일 김 사령관 주재 해병대 주요 간부들 회의에서 “‘(국방부)장관님께서 8월3일 귀국하니까 장관님의 최종 지침을 받자’라고 (김 사령관이 말)한 게 기억나고, 나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이 이첩보류를 직접 말한 것인지, 아니면 정 부사령관이 그렇게 이해한 것인지 구분해서 답변해달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다만 정 전 부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귀국한 이후 지침을 받자’는 김 사령관의 발언을 “결국 그때까진 경찰에 넘기지 말란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재판부 질문 전에 있었던 군 검찰과 변호인 질문에선 “이첩보류 지시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다시 정 부사령관의 ‘해석’이 아닌 ‘사실’에 대해 묻자 답변을 바꾼 것이다.
박 대령 측은 정 전 부사령관의 진술이 항명죄 무혐의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령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이첩 보류 지시가 명시적으로 있었다는 (주장이) 뒤집혀졌다”며 “검찰은 ‘이첩보류 지시가 있었는데 항명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이른바 ‘정종범 메모’의 발언 주체를 두고는 “이종섭 전 장관의 발언인지,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발언인지 혼동된다”고 거듭 말했다. 지난해 7월 31일 이 전 장관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한 정 부사령관은 수첩에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됨’·‘사람에 대해서는 조치 혐의 안됨(없는 권한 행사)’ 등의 문구를 적었다. 이는 수사 외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입법 청문회에서 해당 메모를 누가 지시했는지를 두고 이 전 장관과 유 법무관리관이 충돌하기도 했다.
7차 공판은 오는 9월 3일 열린다.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현 육군 56사단장)과 이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심문을 진행하겠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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