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갑질에 자영업자 비명 … 10월에나 '상생' 결론낸다니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7. 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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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입점업체 상생協 출범
수수료 완화·불공정 개선 협의
배민 수수료 내달 44% 인상
2만5천원 주문때 수수료 6천원
자영업자 "음식값 올리게돼"
배민 "경쟁상황 고려해 개편"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생협의체에는 배달앱과 입점업체 대표 단체, 전문가 공익위원, 정부 특별위원 등이 4명씩 참여해 오는 10월까지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호영 기자

배달플랫폼(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입점업체 중개수수료를 44%나 인상하기로 하면서 가뜩이나 한계에 내몰린 영세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고질적인 수수료 논란에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요기요 본사를 조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 조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신고도 접수됐다.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가운데 배민은 수수료 인상 방침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는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4개 업체가 참여하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이 열렸다. 앱·리테일 분석 회사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사용자 수는 배민 2170만명, 쿠팡이츠 771만명, 요기요 592만명, 땡겨요 95만명 순이다. 배민의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생협의체는 배달앱과 입점업체가 만나 합리적인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출범했다.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카드수수료 등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으로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민에서 1회당 평균 주문액인 2만5000원어치를 시키면 중개수수료만 1700원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70원이 붙는다. 결제대행수수료는 3%로 750원이다. 배달비 3300원을 더하면 입점업체 부담은 5920원에 달한다.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까지 더하면 겨우 적자를 면할 수준이다.

상생협의체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배민은 지난 10일 수수료를 9.8%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시행 시기는 다음달 9일이다. 이렇게 되면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중개수수료가 2695원으로 올라간다. 결제수수료는 동일하다. 배민이 대신 서울 평균 배달비를 300원 깎아주기로 했지만, 업체 부담은 6000원을 넘게 된다.

1위 업체의 전격적인 수수료 인상에 입점업체들은 이날 시민단체와 연대해 공정위에 신고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주한 변호사는 "배민의 행위는 공정위가 금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부당한 차별취급행위, 경영간섭행위, 부당한 수수료 부과행위, 최저가 보장제를 시행하도록 강요한 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님 모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입점업체 대표 단체들은 "배민이 수수료를 올리면 안 그래도 어려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이 부담은 음식값 인상으로 연결돼 결국 소비자 피해와 국민들의 외식비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수료 논란이 가열되자 정부는 민관 상생협의체를 가동해 오는 10월까지 결론을 낼 방침이다. 상생협의체는 배달앱 4곳과 입점업체 대표 단체 4곳에서 1명씩 위원을 둔다. 전문가 공익위원도 4명이 참여한다. 남동일 공정위 사무처장 등 관계부처 국장급 이상 4명은 특별위원으로 들어왔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수수료 부담 완화와 투명성 제고 방안, 불공정 관행 개선, 공공 배달앱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상생협의체 위원장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상생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중립적인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은 별점 기반의 배달앱 리뷰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사람 중 65.2%가 이벤트 참여를 리뷰를 작성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들 중 79.6%는 이벤트 참여가 별점을 주는 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 중 대부분(98.3%)은 실제 만족도보다 높게 평가했다고 응답했다.

참여연대의 신고에 대해 배민 측은 "상당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한 내용"이라면서도 "법적 절차가 커지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생협의체 발족과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배민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과는 별개 사안"이라면서도 "쿠팡이츠 등 경쟁사와 비교해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쿠팡이츠 수수료는 9.8%, 요기요 수수료는 12.5%로 배민보다 높다.

[문지웅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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