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부재’에 신사업 급제동… ‘카뱅’ 주인 바뀔 가능성도 [카카오 김범수 구속]
경영쇄신·혁신사업 ‘구심점’ 잃어
계열사 매각·상장, 인수합병 등
굵직한 의사결정도 어려워질 듯
金 유죄 땐 ‘카카오 법인’도 양벌
벌금형 이상 땐 카뱅 대주주 불가
계열사 주식도 일제히 하락 마감
입 굳게 다문 김범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23일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전날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호송 차량에 몸을 실었다. 뉴스1 |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CA협의체의 경영쇄신위원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기존 자율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중앙집권 체제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다. 이후 그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147개였던 계열사를 1년여 만에 124개로 줄였다.
공석이 된 자리는 CA협의체 공동의장인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게 카카오 입장이지만 경영쇄신을 진두지휘하고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해온 김 위원장 역할을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자율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중앙집권형 경영 체제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없이는 각 계열사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계열사 매각, 상장이나 해외 진출을 위한 M&A 같은 굵직한 의사결정은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데 최고결정권자들이 나서줘야 한다. 그런 이들의 공백이 장기화하면 추진에 차질이 생긴다”며 “김 위원장의 구속은 카카오 입장에서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업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 이유가 사법리스크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가 SM엔터와 지난해 북미 통합법인을 출범하면서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으나 SM엔터 인수와 관련한 사법리스크로 북미 법인 사업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한다. 또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확정받으면 양벌규정(대표 등 경영진이 법을 위반했을 때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형 이상 형벌이 내려진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은 카카오 지분 13.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위원장 구속 소식에 카카오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2200원(5.36%) 떨어진 3만885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는 종가 기준 연초 대비 28.5%나 떨어졌다. 카카오게임즈(-5.38%)와 카카오뱅크(-3.79%), 카카오페이(-7.81%) 등 계열사 주식도 모두 하락세로 마감했다.
권이선·박미영·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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