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반복된 ‘총장 패싱’ 논란, 윤 대통령 위치는 정반대로

정대연 기자 2024. 7.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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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출장조사’를 이원석 검찰총장이 뒤늦게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총장 패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밀어붙여 강골검사 이미지를 얻은 윤 대통령이 권력의 정점에 오르자 가족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태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와 소추가 정치인의 지휘에 떨어지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적 독립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말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그해 7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데 이어 같은해 10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윤 대통령 가족·측근 의혹 사건에 대한 지휘권도 박탈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특정 사건에 총장을 배제하는 것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여권은 징계를 통해서도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 두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뒤로 사사건건 정부와 충돌했다. 취임 직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하면서 당시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정치적 행위를 한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월성 원전 감사 방해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문재인 정부가 불편해하는 수사를 밀어붙였다.

2020년 1월 추 장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윤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윤 대통령은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가 생략된 ‘총장 패싱’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대통령을 건너뛰고 추 장관에게 직접 사무보고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며 사퇴한 뒤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있는 검사의 상징이 됐고, 이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2024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5월 김 여사 관련 사건들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을 바꾸는 내용의 검찰 고위직 인사안을 두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그때 임명된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김 여사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이 총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이 총장에게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총장은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표면적으론 이 지검장의 사후보고에 대한 지적이지만, 실제론 김 여사의 검찰청사 내 소환조사에 끝까지 협조하지 않은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거란 해석이 많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검찰 안팎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직 검사는 23일 “윤 대통령은 검사를 하면서 얻은 강골 이미지로 대통령까지 됐다”며 “그런 사람이 검찰조직에 이렇게까지 부담을 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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