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벌도 못 팔았어요”…동대문이 무너진다, 대체 무슨 일?
‘알테쉬’ 소매 시장 직격탄에
값싼 중국산이 원자재도 대체
온라인 소비 트렌드 못 쫓아가
시설 낡아 젊은 고객 발길 뚝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24년째 남대문시장에서 일하며, 지금은 상점 ‘호산나’를 운영 중인 유윤순씨(72)는 평소 폐점 시간보다 1시간 전에 미리 퇴근할 거라며 짐을 싸고 있었다. 오늘도 소위 옷 한 번을 팔지 못한 ‘공친 날’이 됐다. 어차피 손님이 없어 최근엔 이렇게 1시간 먼저 집에 들어가고 있다. 옷 한 벌도 못 파는 날이 한 달에 10번 이상이라고 했다. 그는 “매출이 아니라 대출로 살아가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K패션의 성지였던 동대문패션타운과 남대문시장이 긴 불황을 겪고 있다. 의류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바뀌며 발길이 끊긴데다, 최근엔 중국산 값싼 원단과 쉬인 등 의류쇼핑몰에 밀려 가격경쟁력도 뒤처졌기 때문이다.
상가 공실률도 높게는 90% 가까이 치솟았다.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의 패션 소매점포가 몰려있는 맥스타일 건물의 공실률을 86%에 달하고, 굿모팅시티(70%)와 헬로에이피엠(37%), 밀리오레(33%) 등도 공실률이 높게 나타났다. 도매상권도 대규모 주문 감소에 허덕이며 공실률이 높게는 77%에 달하는 건물도 나왔다.
동대문 상권은 원단부터 봉제, 도소매, 유통상인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국내 최대규모 패션산업단지로 꼽힌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에선 중국에 밀리고 젊은 내외국인을 유인할 콘텐츠의 부재로 아직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한국산 원단을 찾는 도매시장 큰손인 중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기고, 쇼핑을 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놀거리가 많은 홍대·명동·성수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벽과 야간에도 국내외 관광객들과 도매상으로 떠들썩했던 상권이지만, 이제는 저녁 8시만 지나도 조용해질 정도로 침체한 데엔 중국산 공습의 영향이 컸다. 특히 최근 전통시장 소매 영역은 이른바 알리·테무로 대변되는 중국 플랫폼 침투의 타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 자라와 H&M을 제치고 패스트 패션업계 글로벌 1위에 오른 중국 패션업체 쉬인이 한국 패션·유통시장 본격 진출을 준비 중이라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동대문패션타운 관계자는 “중국산 ‘알테쉬’의 공습으로 온라인 초저가 패션에 고객을 뺏기며 동대문 소매 장사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매상권도 중국에 원단기술을 거의 따라잡힌데다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려 강점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의류 수입중량은 지난 2020년 5593톤에서 지난해 6436톤으로 15.1% 늘었다.
상권 노후화 인한 젊은 관광객 이탈은 전통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남대문시장 앞을 지나던 한 청년은 “전통시장 같은 곳에서 옷을 사본 것이 10년도 넘었다”고 평했다. 특히 동대문·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최근 광장시장의 부활을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다. 노후화된 상권 이미지를 극복하고 관광객들에게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며 재기에 성공한 모습에 부러움을 느껴서다.
문남엽 남대문시장상인회장은 “최근 먹거리로 젊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을 붙잡고 있는 광장시장에서 배우고 싶다”며 “만두·갈치 조림·호떡 같은 남대문시장의 인기 상품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노후화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 게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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