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벌도 못 팔아"… 남대문 의류 매장 4년새 20% 급감

김금이 기자(gold2@mk.co.kr),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7. 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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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남대문시장 가보니
'알테쉬' 소매 시장 직격탄에
원자재도 값싼 중국산 싹쓸이
온라인 소비 트렌드 못쫓아가
시설 낡아 젊은 고객 발길 뚝
동대문패션타운의 '굿모닝시티' 쇼핑몰 1층 매장이 비어 있다. 굿모닝시티 공실률은 70%에 달한다. 김금이 기자

이달 오후에 찾은 남대문시장. 비 오는 날임을 고려해도 시장 안은 한산했다. 특히 한 상가 건물로 들어가니 1층부터 곳곳에 공점포가 보였다. 곳곳에 '임대 문의'란 종이가 을씨년스럽게 붙어 있었다. 몇몇 상점은 비어 있는 점포로 두기가 뭐해 옆 공점포에 자신의 물건을 일부러 진열해놓기도 했다.

2000년부터 시작해 24년째 남대문시장에서 일하며 상점 '호산나'를 운영 중인 유윤순 씨(72)는 평소 폐점 시간보다 1시간 전에 미리 퇴근할 거라며 짐을 싸고 있었다. 오늘도 소위 옷 한 벌을 팔지 못한 '공친 날'이 됐다. 어차피 손님이 없어 최근엔 이렇게 1시간 먼저 집에 들어가고 있다. 옷 한 벌도 못 파는 날이 한 달에 10번 이상이라고 했다.

최근 평일 저녁에 찾은 동대문패션타운의 '굿모닝시티' 쇼핑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저녁 시간이 지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위해 몰려들어야 하는 시간대였지만 상가 1층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여성복을 10년 넘게 팔고 있는 이 모씨(59)는 "옷 장사 30년간 이렇게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 매출이 괜찮았는데, 지금은 그때의 20~30% 수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K패션의 성지였던 동대문패션타운과 남대문시장이 긴 불황을 겪고 있다. 의류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바뀌며 발길이 끊긴 데다 최근엔 중국산 값싼 원단과 쉬인 등 의류 쇼핑몰에 밀려 가격 경쟁력도 뒤처졌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동대문·남대문시장이 포함된 '중구 관광특구'의 일반 의류 소매점은 올해 1분기 1만30개로, 2020년 1만2711개에 비해 21.1% 줄었다. 상가 공실률도 높게는 90% 가까이 치솟았다.

동대문 상권은 원단부터 봉제, 도소매, 유통 상인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국내 최대 규모 패션산업단지로 꼽힌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에선 중국에 밀리고 젊은 내외국인을 유인할 콘텐츠 부재로 아직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최대 재래시장이자 의류를 포함해 주방·가전·수입상품 등 없는 게 없다고 일컬어지는 남대문시장도 좀처럼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2019년 3.8%에 불과하던 공실률은 팬데믹 기간인 2021년 24.7%, 2022년 24.2%, 2023년 25.5%로 급속도로 치솟았다. 지난 2월 기준 공실률은 18.2%로 여전히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점포 5054개 중 920개가 텅텅 비어 5곳 중 1곳이 공점포인 셈이다.

새벽과 야간에도 국내외 관광객들과 도매상으로 떠들썩했던 상권이지만 이제는 오후 8시만 지나도 조용해질 정도로 침체한 이유는 중국산 공습 영향이 컸다. 특히 최근 전통시장 소매 영역은 이른바 알리·테무로 대변되는 중국 플랫폼 침투의 타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

동대문패션타운 관계자는 "중국산 '알테쉬'의 공습으로 온라인 초저가 패션에 고객을 뺏기며 동대문 소매 장사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매상권도 중국에 원단기술을 거의 따라잡힌 데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려 강점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의류 수입 중량은 2020년 5593t에서 지난해 6436t으로 15.1% 늘었다.

특히 의류 점포 침체의 결정적 원인은 온라인 소비 확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십 년을 거쳐 의류 쇼핑몰이 대부분 온라인화돼 동대문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권 노후화로 인한 젊은 관광객 이탈은 전통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문남엽 남대문시장 상인회장은 "최근 먹거리로 젊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을 붙잡고 있는 광장시장에서 배우고 싶다"며 "만두·갈치조림·호떡 같은 남대문시장의 인기 상품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노후화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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