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 확산···대형 유통사들도 줄줄이 상품 철수
싱가포르 기반의 e커머스 업체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백화점 등 유통사들이 판매를 중단했다. 이달 초 위메프에서 시작한 정산 지연이 대형 판매자들의 이탈로 이어지며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 지연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큐텐 계열사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이번주 들어 잇따라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했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달 초 위메프에서 일부 판매자들이 플랫폼으로부터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했고, 최근 티몬에서도 정산 지연 이슈가 불거지자 상품을 일시적으로 내린 것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들도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자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개별 판매자들도 소비자들에게 환불 신청 안내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여행 상품권 판매자는 “현재 티몬의 대금 입금 지연으로 구매하신 상품의 이용이 제한될 수 있으니 문자 수신 즉시 티몬 측에 환불 신청을 해달라”고 소비자들에게 공지했다.
판매자들이 플랫폼에서 철수한 것은 큐텐 계열사들의 자금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큐텐은 이달 초 위메프의 판매자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 전산 시스템 문제라고 해명했고,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며 지연이자 지급 등 피해보상안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위메프에 이어 티몬까지 판매자에게 결제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티몬은 전날 판매자 공지를 통해 “(위메프 사태 이후) 일부 판매자의 판매 중단 등으로 당사 상품 거래에까지 영향을 줘 거래 규모가 일시 감소해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큐텐은 2022년 9월 티몬을 시작으로 지난해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올해 AK몰을 인수하는 등 국내에서 몸집을 빠르게 불려왔다. 유통업계에는 큐텐이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는 설이 파다하다. 티몬과 위메프는 적자가 쌓여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티몬의 2022년 기준 유동부채는 7193억원, 유동자산은 1309억원으로 당장 쓸 수 있는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5배 이상 많은 상태다. 티몬이 보유한 현금도 2021년 555억원에서 2022년 80억원으로 급감했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도 아직 내지 않았다. 통상 기업이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위메프도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 617억원의 5배 수준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문화상품권 등을 4주 뒤 발송하는 조건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자주 열었는데, 업계에서는 단기간 융통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판매자와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고 거래 규모가 줄어들면 유동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산 지연 사태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정산 시스템을 다음달 중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고객이 결제한 대금을 각 회사가 보관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했는데, 앞으로는 안전한 제3의 금융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고 구매 확정 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정산 지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고 판매자, 고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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