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때나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는 환원보다 투자해야”

남지현 기자 2024. 7. 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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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자사주 매입한다고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주가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있는데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사들이는 건 주주환원이라는 이름으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사람의 부를 훼손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발행 주식 수를 줄인다고 기업 가치가 높아지지 않으며, 단지 주당 가치만 높아질 뿐"이라며 "내재가치보다 높게 자사주를 매입하면 장기 투자자들은 불이익을 보고, 이들의 부가 주식 팔고 떠나는 단기 주주들에게 이전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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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게티이미지뱅크

“아무 때나 자사주 매입한다고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주가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있는데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사들이는 건 주주환원이라는 이름으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사람의 부를 훼손하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3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 관점에서 본 한·미·일 증시’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꺼내는 상황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김 센터장은 “자사주 매입이 기업 가치 제고 효과를 내려면 기업이 가진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낮고, 기업이 자사주를 사는 것 말고는 투자할 데가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으로 자기자본을 소모해버리거나, 미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투자 기회를 날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발행 주식 수를 줄인다고 기업 가치가 높아지지 않으며, 단지 주당 가치만 높아질 뿐”이라며 “내재가치보다 높게 자사주를 매입하면 장기 투자자들은 불이익을 보고, 이들의 부가 주식 팔고 떠나는 단기 주주들에게 이전된다”고 강조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3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발표하는 모습. 남지현 기자

그는 한국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장기 주주 가치를 높이는 걸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애플이나 스타벅스 같은 미국 상장사들의 경우 최근 6∼7년 사이 자기자본을 깎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까지 주주환원을 대폭 늘렸는데, 이를 좇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한국 증시에 적합하지도 않다”고 했다. 한국은 제조업이 산업 근간을 이루는 터라 시설·장치 재투자를 위해 더 많은 자기자본을 유보금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처럼 투자할 데가 많고 더군다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기업은 벌어들인 돈의 3분의 1을 주주에게 돌려줄 게 아니라 재투자를 하는 게 장기 주주 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도한 주주환원을 경계하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시작이 주주환원이라는 데는 동의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독일 등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유독 낮은 건 자기자본의 가치가 미래에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투영된 탓”이라며 “한국의 경우 적절한 주주환원을 통해 자본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밸류업을 주주환원으로 출발하는 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밸류업의 필요성이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주주들과 이를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을 두고도 주주 권익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이종 기업들 간 합병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오너(대주주) 입장에선 좋지만, 주주는 사려고 하지도 않았던 기업에 투자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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