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99.9%의 이면

김회경 2024. 7. 23. 1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스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99.9%라는 유죄율이 억울하게 기소된 0.1%의 존재마저 잊게 만드는 비정상적 현실을 조명해 주목받았다.

□ 국민의힘에선 "공산당 투표를 보는 것 같다"는 힐난이 쏟아졌고, 민주당에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을 향해 "집단 쓰레기"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당대표 후보가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일본 형사재판의 유죄율이 99.9%라고 한다. 일본 검찰이 확실하게 유죄로 판정받을 수 있는 사건만 기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면서 구속 기간마저 쉽게 연장할 수 있는 일본 형사재판의 후진적 관행이 숨겨져 있다. 스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99.9%라는 유죄율이 억울하게 기소된 0.1%의 존재마저 잊게 만드는 비정상적 현실을 조명해 주목받았다.

□ 최근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압도적 숫자가 등장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20일 전당대회에서 조국 의원을 99.9% 찬성률로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단독 입후보한 탓에 찬반 투표로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 수치다. 더불어민주당 전대에선 20일(제주·인천), 21일(강원·대구·경북) 진행된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9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 후보가 2022년 8월 전대에서 세운 역대 최고 득표율(77.7%)을 넘어설 전망이다.

□ 국민의힘에선 "공산당 투표를 보는 것 같다"는 힐난이 쏟아졌고, 민주당에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을 향해 "집단 쓰레기"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굳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의 선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강성 팬덤을 활용한 특정 정치인의 독주가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 중요한 건 득표율이 아니다. 0.1%의 의견이 99.9% 의견보다 올바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조국혁신당은 강성 지지층이 바라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퇴진'만 외치기보다 지속가능한 정당으로의 변모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의석수를 앞세워 탄핵 명분을 쌓고 있는 민주당도 민생부터 챙기는 수권정당임을 입증하는 게 급선무다. 2012년 8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대에서 박근혜 후보는 83.9%의 압도적 득표율로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이를 바탕으로 그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집권 후 당내 소수의 건전한 비판마저 외면했던 박근혜 정부의 말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회경 논설위원 herme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