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수료 내려볼게요"…요기요, 인하 가능성 시사(종합)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국내 주요 배달앱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상생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났다.
최근 중개 수수료 인상을 발표한 배민은 이날 "인상안을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요기요는 다른 배달앱 수준으로 중개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서울 정부청사별관에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했다.
상생협의체는 7월 3일 정부에서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 포함된 내용으로 배달플랫폼(앱)과 입점업체가 만나 합리적인 부담 완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협의체 운영방안과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 △수수료 등 투명성 제고 방안 △불공정관행 개선 △공공배달앱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들은 입점업체들의 어려움을 최대한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격주마다 만나 10월까지 결과 도출을 목표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함윤식 배달의민족 부사장은 최근 발표한 수수료 인상안 철회 가능성에 대해 "무료배달을 실시하며 마케팅 비용을 수백억 원 지출한 상황이라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철회는) 어려울 것 같다. 공정 경쟁이 되지 않는 시장이라 (우리만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민은 오는 8월 9일부터 배민1플러스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함 부사장은 "최근 여러 우려가 있었던 만큼 자사도 이 자리를 통해 여러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성실히 참여하겠다"며 "업계와 외식업 사장님들이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반면 요기요에서는 자체적으로 중개 수수료 인하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며 협의체를 통해 상생안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요기요는 최근 중개 수수료를 기존 12.5%에서 9.7%로 낮춘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가게배달에는 9.7%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요기배달의 경우 수수료 9.7%에 건당 2900원의 이용료를 추가로 받는 형태다.
강채영 요기요 정책협력실장은 "자사는 연간 6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서도 사회적으로 상생 요구가 커지고 있어 몇개월 전부터 중개 수수료 인하 시범 사업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범 운영을) 해보고 자사가 유지될 수 있는지를 알아야 (인하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시범운영 등이) 잘 될 수 있도록 협의체에서 이야기를 경청하겠다.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성훈 쿠팡이츠 기획조정본부장은 "(외식업주들이) 참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며 "자사는 협력사와 파트너(외식업자들)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늘 고민해 오고 있다. 이번 협의체를 통해 저희가 어떤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협의체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경영 위기를 호소하며 상생안 도출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지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거의 폐업 상태이자 '혼수상태'에 빠져있다"며 "그렇게 된 데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이 (배달앱) 수수료다. 자영업자가 한달 영업해서 손에 쥐는 돈은 (매출의)10% 내외"라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업체들이 (중개) 수수료로 10~14%를 떼어 가고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30%를 가져간다"며 "자영업자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버티려면 가격을 올리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된다. 소상공인과 플랫폼 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충환 전국상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배달료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고객이 있어야 상인이 있고, 상인이 있어야 플랫폼도 있다. (배달앱과 업계가) 상생 발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김대권 한국외식산업협회 부회장 역시 "배달앱 (수수료 상승)으로 외식업계의 어려움이 최고 수준으로 가중되고 있다"며 "늘어난 배달 관련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외식업체들이 속출하고 있고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분들이 많다. 시급히 상생 협력을 위한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와 공익위원들은 상생안 도출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이정희 위원장은 "배달플랫폼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과 입점업체들의 높은 부담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상생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중립적인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국민적 사랑을 받던 배달플랫폼들에 대해 최근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고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협의체가 배달 시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는 배달앱에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떙겨요가 참석했다. 입점업체에서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공정위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자리했다.
상생협의체 위원장 겸 공익위원으로는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위촉됐다. 다른 공익위원으로는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과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여한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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